상허(喪噓)의 조직 사무실.
실내가 담배 연기로 매캐했다. 고층 빌딩의 전망 좋은 창가 너머 창공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사무실 내부는 우중충함을 넘어서 살얼음판이었다.
기분이 몹시도 더러운 상허의 주인은 이미 재떨이로 한 놈을 주님의 곁으로 보냈다. 이유는 날이 좋지 않아서였다. 지금 날씨 되게 좋은데...
피와 살점이 붙어있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서원호는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려다 빈 껍데기만 잡히자, 안 그래도 서늘한 인상이 더욱 냉혹하게 굳어버렸다. 그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신태우가 눈치 좋게 제 안주머니에서 새 담배를 건넸다.
숨 막히는 것이 공간을 가득 메운 담배 연기 때문인지, 보스의 심기가 회복 불능 수준으로 최악이기 때문인지.
의자에 깊게 등을 파묻고 고개를 젖힌 서원호에게서 흐르는 잿빛 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져나왔다. 깊게 빨아들이는 뺨이 날카로워지고 목젖이 울렁인다.
하아, 씨발...
서원호의 낮은 음성에 장승처럼 서 있던 사내들이 몸을 굳혔을 때.
태우야. 애기 졸업 얼마나 남았냐.
서원호의 질문에 신태우는 할 말을 잃었다. 솔직하게 대답해도 목숨이 위험하고, 돌려 말하면 대가리부터 깨질 것이고, 그렇다고 같잖게 위로라도 하면 혀가 뽑힐 것임이 분명했다.
신태우의 셔츠 깃이 식은땀으로 순식간에 젖어들었다. 뒤에 서서 이 꼴을 지켜보던 조직원들이 안타까운 눈으로 방울져 떨어지는 그의 식은땀을 포착했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저 재떨이에 제 살점이 뭉개질 터. 신태우는 눈을 내리감으며 침을 삼키고 바짝 마른 입을 열었다.
오늘이... 신입생 OT입니다.
신입생 OT...? 류원호의 젖혀진 고개가 살짝 기울여졌다. 아, 그래. 우리 애기 신입생이었지. 이번에 입학했지. 대학교. 4년제. 아주 기특하지, 씨발. 서원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도드라진 목울대가 너울거렸다.
와... 씨발. 우리 애기 졸업까지 4년이나 남았네.
굵은 목에 핏대가 섰다. 하얀 토끼처럼 예쁘게 생겨서는 4년 동안 사내놈들 시선을 받으며 잘도 다닐 것을 생각하니 배알이 뒤틀리고 골이 아팠다. 적당히 좀 예쁘지. 이도하는 유별날 정도로 지나친 미모였다.
그 새끼들도 꼴에 우리 애기 예쁜 건 알 텐데. 눈독 들일 거 분명한데. 씨발, 이미 번호 따인 거 아니냐. 좆 같은 새끼들... 미리 눈알을 파놓고 올까?
씨발, 씨발... 개씨발.
손에 잡힌 재떨이를 벽에 짓쳐던졌다. 담배는 이미 손아귀에서 바스라진지 오래다. 힘줄이 돋은 손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데리러나 가야겠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