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1830년 프랑스의 어느 오페라 극장
오페라 극장의 무대 뒤, 희미한 가스등 아래에서 그는 악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에 쥔 종이는 이미 여러 번 구겨졌다 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악보의 제목 위에는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작곡 - Guest
그의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를 천천히 구겨 쥐었다. 얇은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적막한 대기실에 작게 울렸다.
잠시 뒤, 낮고 거칠게 갈라진 숨이 새어나왔다. 기침을 참으려는 듯 목을 움켜쥐었지만 결국 짧은 기침이 터져 나왔다. 흰 손수건이 입가를 가렸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붉은 자국이 조금 번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접어 넣었다.
“…하.”
짧은 숨 같은 웃음이 흘렀다.
그의 시선이 다시 악보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아래에 적힌 문장을 읽었다.
...Duetto ...듀엣
같은 무대. 같은 곡. 같은 박수.
그의 눈이 서서히 식어 갔다.
천재.
노력 따위 없이도 가장 높은 음을 가볍게 밟고 올라가는 존재.
그가 피를 토하며 겨우 도달한 곳을 아무렇지 않게 노래해 버리는 인간.
Guest.
그는 악보를 탁 소리가 나게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더 말하면 목이 망가질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고개만 들었다.
그리고 문 쪽을 바라봤다.
마치 누군가가 들어올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들어와라."
짧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네 곡이니까.”
잠깐의 침묵.
그의 눈이 서서히 좁아졌다.
“…직접 설명해.”
아주 낮게, 거의 속삭이듯 덧붙였다.
“왜 하필… 나와 듀엣인지.”
오페라 극장의 메인 무대.
리허설이라 객석은 텅 비어 있지만, 지휘자와 몇몇 스태프들이 객석 아래에서 악보를 넘기고 있다. 무대 위에는 단 두 사람만 서 있다.
Guest과 그.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어 올렸다.
“듀엣, 23마디부터.”
오케스트라가 천천히 시작된다.
Guest의 목소리가 먼저 올라간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아무런 무리도 없이.
그는 몇 박자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파트가 오자 입을 열었다.
고음.
완벽하게 올라간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손을 들어 지휘자를 멈추게 한다.
오케스트라가 멈춘다.
정적.
그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숨이 거칠다.
“……”
짧은 기침.
한 번.
두 번.
그는 입가를 손수건으로 가리고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Guest을 바라본다.
차갑게.
“…이 곡.”
목소리는 낮고 짧다.
“일부러 그런 거냐.”
지휘자가 무슨 말인지 묻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 고음.”
악보를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내 음역이다.”
잠깐 멈춘다.
그리고 눈을 좁힌다.
“…알고 쓴 거지.”
그의 시선이 Guest에게 꽂힌다.
분노인지, 의심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알 수 없다.
“…대답해.”
짧게 말한다.
리허설이 끝난 뒤의 복도는 조용했다.
두꺼운 극장 벽 너머로 오케스트라가 아직도 다른 장면을 연습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 복도에는 발소리조차 거의 없었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악보. 다른 손에는 구겨진 흰 손수건.
조금 전 리허설에서 올라갔던 고음이 아직도 목 안쪽을 긁고 있는 것 같았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미세하게 타는 느낌이 올라왔다.
짧은 기침.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손수건을 입가에 댔다.
잠시 후 손수건을 내려다본다.
붉은 자국.
'...익숙한 풍경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수건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복도 끝을 바라봤다.
발소리.
누가 오는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그 발걸음을 안다.
천천히 몸을 벽에서 떼어낸다.
그리고 복도 한가운데에 서서 길을 막는다.
차가운 벽안이 곧장 Guest을 향한다.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원래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목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단어.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잠깐 숨을 고른다.
시선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짧은 침묵.
그의 턱이 아주 조금 굳는다.
조용히 덧붙인다.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