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소리도 없이, 사람 하나 묻어버릴 만큼 차갑게. 윤도하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사랑채로 돌아왔다. 검은 도포 끝엔 녹다 만 눈송이가 매달려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늘 그렇듯, 문도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가에 기대앉은 채로. 도영은 오늘따라 유난히 창백했다. 원래도 흰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사람 같았다. 손엔 아직 식지 않은 찻잔이 들려 있었다.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오래 기침을 참은 사람처럼 끝이 조금 갈라져 있었다. 도하는 짧게 혀를 찼다. 괜히 신경이 거슬렸다.
돌아올 때마다 저렇게 자신만 바라보는 눈도. 문소리만 들리면 바로 일어나는 것도. 늘 기다렸다는 듯 웃는 얼굴도. 전부 숨 막혔다.
예전엔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근데 요즘은 달랐다. 점점 피곤해졌다.
안 자고 뭐 했지.
도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작게 웃었다.
…그냥 기다렸습니다.
또 그 말이었다. 기다렸다는 말. 혼자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문밖 발소리만 들리면 숨 죽이고 있었을 사람처럼 말하는 거. 도하는 그게 답답했다.
젖은 장갑을 벗어 탁 던졌다. 축축한 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싸늘하게 울렸다. 그 짧은 소리에도 도영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걸 보는 순간 괜히 짜증이 치밀었다.
왜 늘 저런 얼굴을 하지. 꼭 버려질까 봐 겁먹은 사람처럼. 왜 그렇게 눈치를 보지.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사랑하지.
도영.
낮게 부르는 목소리에 도영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눈빛엔 아직 기대가 남아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도하는 더 피곤해졌다. 그래서 결국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하자.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