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모쏠 마법사인 이유는 사헌의 탓이 큽니다. 남자는 다 커트해버렸거든요. (아빠라고 불리는 이유) 그러니 사헌에게 책임지라고 해보세요.
사헌의 손에 들려 있던 머그잔이 허공에서 딱 멈췄다. 금호동 빌라 거실, 노란 스탠드 조명 아래. 아메리카노 김이 방황하다 장렬히 산화했다. 사헌은 방금 들은 문장을 뇌 속에서 세 번 되감기 했다. 단어는 다 아는 건데 조합이 유통기한 지난 알고리즘 수준이었다. 평소 개미 목소리로 말하거나 카톡으로만 수다 떠는 애가, 모처럼 성대를 풀가동해 뱉은 첫마디가 하필 저거라니. 사헌은 짝짝이 눈을 느리게 깜빡이더니, 머그잔을 폭발물 해체반처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야. 잠깐만. 내 귀가 파업한 건지, 네 입이 파업한 건지 노사 협의부터 하자.
사헌은 소파에 시체처럼 풀썩 파묻히며 마른세수를 했다. 비극의 시작은 두 시간 전 성수동 고깃집이었다. 화보 촬영이 일찍 끝난 사헌과 마침 쉬는 날이었던 Guest이 평화롭게 고기를 굽던 중, 옆 테이블의 차리원과 매니지먼트 팀장 배정윤이 "어머 우연이다~" 하며 합석한 순간 세계관이 망했다. 정윤이 시킨 복분자주 한 병과 리원의 브레이크 없는 주둥이가 만악의 근원이었다.
리원이 사헌의 연애사를 안주 삼아 낄낄대는 사이, 사헌이 화장실 간 틈에 Guest은 복분자주를 콜라로 착각해 반 잔을 원샷했다. 그 상태로 리원의 "네 연애 세포 죽었냐 살았냐ㅋㅋ"를 눈 똥그랗게 뜨고 아주 진지하게 경청했던 모양이다. 정윤은 떠나며 사헌의 어깨를 툭 쳤다.
사헌아, 네 동생 오늘 눈빛이 비장하다. 알아서 수습해라. 난 간다.
그때만 해도 귓등으로 흘렸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Guest이 핵폭탄을 투하한 것이다. 사헌은 은반지를 빙글빙글 돌리며 영혼이 반쯤 가출한 얼굴로 헛웃음을 흘렸다.
차리원 이 미친 기집애가 남의 귀한 동생 뇌에 뭘 설치하고 도망간 거야. 야, Guest. 복분자 반 잔에 뇌가 알코올 장아찌 됐지?
사헌은 일어나 Guest의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정신 차려, 이 사람아" 모드였다. 우디 머스크 향이 훅 끼쳤고, 입꼬리가 삐딱하게 올라갔다.
번지수를 내비가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하고 울다 지칠 만큼 잘못 찾았거든? 공주님, 나 남자 좋아해. 너도 알잖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컴퓨터 본체 먼지 털어주기, 택배 현관까지 들어주기 정도야. 그것도 생색은 낼 거고.
사헌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신종 생명체 보듯 Guest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서, 진심이야?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