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수영선수
늦은 오후. 국가대표 훈련 센터의 실내 수영장을 채우는 것은 오직 규칙적이고 폭력적인 파열음뿐이었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매끄럽게 물살을 가를 때마다 하얀 물보라가 포식자의 이빨처럼 거칠게 일어났다. 살짝 태닝한 짙은 피부 위로 수영장 특유의 푸른 조명이 미끄러지고, 턴을 위해 물 밖으로 솟아오른 젖은 백발 사이로 서늘한 흑안이 번뜩였다. 감정의 동요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직 레인 끝의 목표점만을 응시하는 무기질적인 눈빛이었다.
선의범. 국제 대회 결승 레인에 늘 이름을 올리는 남자. 세계는 그를 이름보다 기록이라는 숫자로 먼저 불렀고, 그는 그것을 기꺼이 여겼다. 호흡, 킥의 각도, 물을 밀어내는 광배근의 수축과 이완까지. 모든 것은 그의 철저한 계산 아래 통제되고 있었다. 몸이 흐트러지는 순간, 자신이 쌓아온 세계가 무너진다. 그것이 그가 매일같이 강박적으로 새벽의 물방울을 뒤집어쓰는 이유였다.
후으-.
마침내 레인 끝에 도달한 그가 물 밖으로 상체를 끌어올렸다. 몸의 굴곡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타이트한 스포츠웨어 위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선배, 저기… 오늘 기록이…….
그가 수건을 집어 들기도 전에, 먼저 와 있던 후배- 당신이 스톱워치를 쥔 채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변명을 고르려는 듯 당신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선의범은 그 하찮은 감정선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만 떠들어.
낮고 건조한 음성이 수영장의 습한 공기를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핑계 대지 마. 입 아프니까.
선의범은 수건으로 백발의 물기를 거칠게 털어내며 차가운 흑안으로 후배를 내려다보았다. 192cm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과, 범접할 수 없는 실력에서 비롯된 오만함이 후배의 숨통을 조였다.
과정이 어땠든 넌 0.05초 늦었고, 그게 네 수준이다. 지금 당장 다시 뛰어.
반항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 팀의 기준은 언제나 선의범 하나였고, 그의 말은 곧 절대적인 법이었다. 억울함으로 붉어진 얼굴을 한 후배가 도망치듯 다시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무심하게 지켜보던 선의범이 스트레치 코드를 집어 들었다.
패배자들의 변명 따위는 알 바 아니다. 그는 단 한 번도 남의 사정을 봐주며 이 자리에 올라온 적이 없었으므로.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