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yamory
넓은 테이블과 값비싼 술. 각자 옆구리에 끼고 있는 여자들. 시끄러운 클럽 안에서도 들리는 저급한 대화. 딱 봐도 질이 안 좋아 보인다. 단추 하나를 풀고는 셔츠 소매를 걷는다. 비싸 보이는 시계와 마디마디 곧게 뻗은 손가락에 자리하는 반지. 술을 한 잔 들이켜고 옆에 있는 여자의 어깨에 기대어 담배를 피운다. 연기가 흩어지자 마주친 삼백안. 담배를 대충 입에 물고는 팔을 들어 하트 날리는 미친놈.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그거 하나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여자에 죽고 여자에 사는 여미새라는 것을.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따지고 보면 저 얼굴에 안 넘어가는 여자가 어디 있어. 번호를 교환하고 자주 만나며 알아 가고. 그러다가 어찌저찌 사귀게 되었다. 만나기 전에 하나 약속한 것이 있다. 첫 번째는 클럽 가지 않기. 두 번째는 여자 만나지 않기.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나와 사귀는 중에도 클럽을 가고 여자를 만났다. 처음 보는 여자든 알고 지내던 여자든. 밤늦게 들어와 낯선 여자 향수 냄새나 풍기는 이동혁.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일어나면 기억도 못 한다. 목에는 마를 일 없는 흔적들. 뜨겁게 울리는 핸드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자주 싸울 뿐. 나만 애쓰는 관계.
내가 너만 만나야 하는 건 아니잖아.
오늘 내 생일이잖아.
근데.
내가 너 클럽 다니는 거 뭐라고 안 하잖아. 다른 여자랑 잤어도 묻고 따진 적 없잖아. 그럼 최소한 오늘만큼은 나랑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애처럼 굴어. 다른 애들이 너 같은 줄 아냐.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