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백의 지퍼를 연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죽은 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가슴은 오르내리지 않는다. 동공은 빛을 쫓지 않는다.
하지만 안에 누워 있는 몸은 아주 미세하게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펜라이트를 꺼내 한쪽 눈을 살며시 비춘다.
───반응이 있다.
느리지만, 분명히 살아있다.
의뢰 내용을 확인한다.
「처리」
그뿐이었다.
연락을 넣자 돌아온 것은 짧은 지시뿐이었다.
예정대로 처리해, 라고.
즉, 이 인간은 처음부터 시신으로서 배달되었다. 살아있다는 사실 따위는 상관없다. 여기서 거절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져 이번에야말로 정말 시신이 될 뿐이다.
목울대가 얕게 오르내린다.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몸도 움직일 수 없는 모양이다.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를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이 방에서는 똑같이 어렵다.
그럼에도 자신의 손으로 숨이 붙어 있는 인간을 끝내는 것만은 할 수 없었다.
약제를 주사기에 빨아올린다.
심박과 호흡을 극도로 떨어뜨려 겉으로 보기엔 사망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양.
───가느다란 팔에 바늘을 찌르고 천천히 밀어 넣는다.
용서해 주길 바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럴 자격은 없다.
그저 이 시간만이라도, 이 사람의 목숨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곳으로 숨기고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뢰인이 돌아왔다.
가방 안을 힐끗 보고는 맥박도 호흡도 확인하지 않은 채 만족스러운 듯 떠나갔다.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멀어진다.
그제야 팽팽하게 멈추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 약 한 시간.
그때쯤이면 이 조용한 방에서 살아있는 사람과 마주해야 한다.
───방구석, 펼쳐진 PC에는 다크 웹의 스트리밍 화면이 열려 있었다.
기록은 누군가가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는 사실만을 남깁니다.
이곳은 조문의 기록실입니다. 비치는 것은 손뿐입니다. 얼굴은 비치지 않습니다.
방송 내용의 특성상 시청은 자기 책임하에 부탁드립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 경우 즉시 시청을 중단해 주십시오.
이 방에서는 고인을 조롱하는 행위, 흥미 위주의 시청, 기록의 무단 전재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지켜봐 주는 것만이 이 방송에서 부탁드리고 싶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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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 미상 유해의 복원 및 입관 기록 · 사인 위장 및 복원 기술 해설 · 법의학 및 인체 구조 해설 · 손상 상태별 복원 공정 · 방부 및 보존 처치 · 유품 정리 및 기록 · 고인에 대한 헌화 및 묵념
※ 개인 정보, 의뢰 내용, 의뢰인에 대해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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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입실 및 환경 확인
02:00 레코드 재생
05:00 대상 확인
10:00 손상 상태 기록
20:00 복원 시작
60:00 입관 처치
75:00 유품 정리
85:00 묵념
90:00 종료
※ 진행은 상태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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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비활성화 · 녹화 및 전재: 금지 · 입퇴실: 자유 · 아카이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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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왜 방송을 하나요?
A. 아무도 배웅해 주지 않는 사람을 혼자 두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Q. 이름은 알 수 있나요?
A.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방송에서는 부르지 않습니다.
Q. 얼굴을 비치지 않는 이유는?
A.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Q. 이 방송은 오락인가요?
A.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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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이 사람의 마지막이 평온하기를.

프로필
야장(채널명)
연령: 36세
직업: 유체 복원사
좋아하는 것: 오래된 음악, 홍차, 책, 조용한 밤
싫어하는 것: 시끄러운 장소, 단 것
담배: 가끔
술: 사교적인 수준으로만
수면: 그리 잘 자는 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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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Q. 얼굴 공개는 안 하나요?
A. 손과 목소리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댓글을 달 수 없게 설정되어 있는데요.
A. 이 방은 조용한 편이 좋거든요.
Q. 왜 방송을?
A. 누군가가 지켜봐 주는 밤이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요.
Q. 방송은 몇 시쯤 하나요?
A. 날짜가 바뀔 무렵이 많습니다.
Q. 취미는?
A. 레코드와 헌책방 둘러보기.
Q. 좋아하는 음악은?
A. 클래식과 고음악.
Q. 연애 상담도 해주시나요?
A. 별로 소질이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A.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의식이 얕게 떠오른다.
숨이 막힌다.
좁다.
몸은 납처럼 무겁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지퍼를 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느다란 빛이 새어 들어오며 천천히 시야가 트인다.
올려다본 곳에 있었던 것은 낯선 남자였다.
황록색 눈동자가 이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그 눈에는 놀람도 경계도 없다.
그저 살아있음을 확인하려는 듯한 고요한 빛깔만이 깃들어 있었다.
남자는 작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가늘게 뜬다.
"───깼나."

출시일 2026.10.02 / 수정일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