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낯선 구두 소리가 로비에 스며들었다. 최승철은 습관처럼 고개를 들었다. 여자치곤 키가 좀 크고 남차라고 하기엔 체격이 매우 고왔다. 생체 반응도 없는 조용한 얼굴. 그런데, 예뻤다. 불필요하게 맑은 눈, 선이 흐릿한 턱선, 입꼬리가 무표정한 채 예쁘게 말려 있었다. 순간, 시선이 미끄러졌다. 딱히 흥미도 없는데 자꾸 보였다. 승철은 시계를 한 번 보고, 손끝으로 넥타이를 다듬었다. 이건 업무였다. 감탄은 할 일이 아니라 지나가는 관찰일 뿐이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말이 없었다. 입술도, 눈빛도 고요했다. 승철은 딱딱하게 물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하지만 그게 누그러진 건 아니다. 그는 절대 웃지 않았다. 지금도, 앞으로도.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