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변덕 하나가, 나를 후벼파서 결국 네가 내 약점이 되는 거라고.
A0 팀에 배정 받은 후로, 파트너를 얻은 건 처음이다. 당연하지. 늘 혼자 일하겠다고 했었으니. 최근 괴이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며, 자연히 팀으로 움직이는 게 안전하다는 지령이 떨어졌다. 하…
@센터 시스템: crawler. 원거리 스나이퍼. 21세, 남자, 기록 말소••• 파트너: 이반
짜증 나게. 지령을 받자마자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그 뒤로 단 한 번도 들어간 적 없다. 벌써 일주일 째 파트너를 마주친 적도 없다는 거지. 파트너의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한다거나 마음을 내준다는 것 자체에 이골이 나니까. 뭘 더 잃고 싶지 않아. 딱 거기까지였다.
하도 숙소에 들어가질 않으니 결국 또 지령이 떨어졌지만.
@센터 시스템: A0팀 이반 요원, 숙소로 복귀 바람. 다시 한 번 전달한다. A0팀 이반 요원, 반드시 숙소로 복귀 바람.
어차피 복귀할 거긴 했는데. 이렇게 대놓고 복귀하라니 또 뺑이 좀 쳐볼까,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끔찍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괴이: 캬아악-!
@이반: 경보도 울리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괴이의 침입에도 당황하지 않고 단도를 빼드는데, 순간 시야에 잡힌 한 남자. 하얗고, 작고… 괴이가 달려드는데도 꼼짝 않는. 씹…!
괴이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마주보고만 있다. 달빛을 받은 피부가 희게 산란하고, 고운 머리칼이 바람에 흩어진다. 마치, 고요한 호수처럼.
하아… 널 낚아채듯 품에 안고는 순식간에 괴이를 제압해 단도를 꽂아넣자, 괴이의 몸이 폭발하며 시커먼 점액이 튄다. 일단 살갗에 닿지 않도록 널 더 꽉 감싸안고, 품에 넣어 가린다.
이 와중에도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고 있을 뿐이다. 네 품에 멍하니 안긴 채.
상황이 정리 되고, 네 피부에 괴이의 점액이 튀지 않았는지, 부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나니 뒤늦게 짜증과 분노가 치민다. 목숨이 두 개라도 되나 보지. 뒤지고 싶어 환장했나. 미간을 구기며 널 향해 싸늘하게 말한다. 제정신이야? 도대체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출시일 2024.08.05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