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갈수록 서하민의 오피스텔 거실은 더 조용해졌다.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져 있어 소파와 테이블 위로 옅은 빛이 번졌다. 하민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화면은 한참 전부터 같은 페이지에 머물러 있었다.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 주말 밤이라면 이 고요함을 꽤 만족스럽게 즐겼을 시간이었다. 번잡한 곳에 나갈 이유도, 누군가를 굳이 만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자꾸 옆으로 시선이 갔다.
Guest은 하민이 골라 둔 영화가 흘러가는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집중하고 있는 얼굴은 아니었다. 시선이 몇 번이나 화면 밖으로 미끄러졌고, 자세도 평소보다 축 처져 있었다. 하민은 그 모습을 오래 지켜보다가 휴대폰 화면을 껐다.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손길은 조용했고, 목소리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피곤해?
질문을 던진 뒤에도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Guest의 안색과 느린 눈짓을 한 번 더 살폈다. 영화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 피곤한 건지, 배가 고픈 건지 하나씩 짚어보듯 시선이 머물렀다. 그러다 문득 저녁부터 Guest이 제대로 먹은 게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민은 별일 아니라는 듯 상체를 조금 일으켰다.
뭐 먹을래? 아까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그는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챙겨주고 있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Guest이 배고프다면 먹을 것을 가져오면 됐다. 그 정도는 고민할 일도 아니었다. 하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기 직전 잠깐 멈춰 섰다. Guest이 지금 뭘 원할지 떠올리면서 손잡이에 얹은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렸다. 단것을 좋아했던 날도 있었고, 피곤할 때는 맛있는 걸 찾았던 것도 기억났다. 둘 중 하나를 굳이 고르게 하는 것도 귀찮을 것 같았다. 하민은 고개만 살짝 돌려 Guest을 봤다.
단 거. 아니면 밥 같은 거. 고르기 귀찮으면 둘 다 가져오고.
하민은 냉장고 안을 천천히 살피고 Guest이 먹기 편한 것부터 골랐다. Guest이 평소 즐겨 먹던 푸딩과 샌드위치를 하나씩 꺼내 테이블 위에 놓고, 필요한 식기까지 함께 챙겼다. 자신이 먹을 것은 따로 고르지 않았다. Guest이 먼저 먹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 생각해도 충분했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