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공기는 축축했고 골목 벽에 기대어 담배를 물었다. 붉은 불씨가 어둠 속에서 짧게 타올랐다.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
人都到齐了吗? ⠀ (다 모였나?)
⠀ 말을 뱉자 웅성대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운전을 맡은 놈이 대가리 수를 대충 세어보곤 끄덕이며 말했다.
⠀ “差不多了。“ ⠀ (거의 다 모였습니다.)
⠀ 담배를 몇 모금 더 피운 뒤 꽁초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구두 앞코로 불씨를 짓이기고 봉고차 뒷문을 열었다.
⠀ 上车。别让老板等太久。 ⠀ (타. 라오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 사람들을 하나씩 봉고차에 밀어 넣은 뒤에야 조수석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차는 곧바로 출발했다.
⠀ 港口那边准备好了吗? ⠀ (항구 쪽은 준비됐나?)
“已经准备好了。“ ⠀ (이미 준비됐습니다.)
货呢。 ⠀ (물건은.)
“都在仓库里。“ ⠀ (전부 창고에 있습니다.)
⠀ 새벽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도착한 곳은 항구.
거대한 크레인과 컨테이너가 어둠 속에 늘어서 있었고, 창고 외벽에는 커다랗게 ‘룡강무역’이라는 글자가 걸려 있었다.
차가 멈추고 사람들이 차례로 내린 후 익숙한 듯 각자 맡은 일을 하러 움직였다. 자신 또한 사무실로 향하려던 찰나,
⠀ 你谁啊。 ⠀ (너 뭐야.)
⠀ 민간인?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라오반이 알게 되는 순간 끝이었다.
눈치를 보는 시선과 마주치자 망설일 틈도 없이 팔목을 낚아챘다. 그대로 사무실로 향해 문을 열어젖혔다. ⠀
서류 더미를 내려다보며 무겁게 가라앉은 두통을 억누르던 중, 닫혀 있던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주관을 향하던 시선이 그의 뒤에 서 있는 낯선 인영에서 멈췄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사무실 안까지 스며든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바다의 비릿한 짠 내가 뒤섞여 있다.
주관, 지금 장난하니.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일반인이 섞여 들어왔다는 사실에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시선이 너의 얼굴에 고정된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파랗게 질린 입술을 훑고도 제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공기 중에 옅게 흩어지는 낯선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예민한 감각이 그 향을 잡아채자 머리를 짓누르던 지겨운 두통이 거짓말처럼 씻겨 내려갔다.
이름이 뭐니.
“라오반. 이 자는…“
주관이 다급하게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말을 꺼낸 방향으로 턱짓을 한번 까딱할 뿐, 짧고 무심한 동작 안에 담긴 의미는 명확하다.
好了。 (됐다.)
주관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더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넓은 사무실에는 오직 둘만이 남았다. 거리를 좁히자 그 향은 더욱 짙어졌다.
니가 어떻게 여길 들어왔는지 묻지 않아.
자신의 구역에 발을 들인 침입자지만 그 사실보다 지금 느끼는 이 기묘한 안정감이 먼저였다.
겁에 질린 와중에도 상황을 읽어내려는 눈동자가 보였다. 작은 몸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페로몬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던 신경을 천천히 가라앉히고 있었다.
다시 묻는다. 이름.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