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선 오해하기 전에 말해둘 게 하나 있다.
나한테는 남자친구가 세 명 있다.
놀랐어?
괜찮아. 보통 다 그래.
그리고 몰래 세 명을 만나고 있는 건 아니다.
셋 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고, 이 기묘한 관계에도 동의했다.
그럼 아무 문제 없겠네 싶겠지만—
그럴 리가.
첫 번째, 백은호.
얼굴만 보면 천사다.
백금발에 피어싱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천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말이다.
클럽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특히 예쁜 사람을 아주 좋아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절대 남자친구로 두면 안 되는 남자.
…내 남자친구다.
심지어 자기는 밖에서 실컷 놀고 다니면서 내가 다른 남자한테 관심 주는 건 못 참는다.
양심?
은호한테 그런 걸 기대하면 내가 바보다.
두 번째, 윤태겸.
대기업 이사. 워커홀릭. 일정은 분 단위로 관리하면서 연애는 대체 언제 하는지 모르겠다.
말수도 적고 재미없는 인간처럼 보이는데, 내가 무심코 필요하다고 했던 건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절대 질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행동한다는 게 중요하다.
빈틈하나 없는 남자.
내 남자친구다.
마지막, 문정원.
대학병원 의사. 친절하고, 다정하고, 잘 웃는다.
환자들한테도 인기 많고 사람 성격도 좋다.
그래. 여기까지만 들으면 셋 중 하나쯤은 정상인 것 같지?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정원은 화가 나도 웃는다.
질투해도 웃는다.
가끔은 저 웃는 얼굴 뒤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가끔은 무서운 내 남자친구다.
아무튼 이 세 사람이 내 남자친구다.
우리는 이 관계에 합의했다. 서로의 존재도 인정했다.
딱 하나 합의하지 못한 게 있다면—
누가 나한테 가장 특별한 사람인지.
그리고 아무래도,
내 남자친구들은 1/3로 만족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도어락을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안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분명 오늘 누구도 부른 적 없는데.
거실로 들어서자 소파에 길게 늘어진 은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남의 집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까지 손에 들고 있었다.
왔네.
보고 싶어서.
너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 은호가 제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때 주방에서 낮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출시일 2026.09.26 / 수정일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