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을 살아오며 이런 일은 처음이구나"
전세계에서 뱀파이어라는 존재의 흔적을 찾아내기 시작하며 점점 활동범위가 좁아지니다보니 적당히 작은 아무 나라에 발을 들였다.
대한민국.
음.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지만 뭐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지. 이 작은 나라에서 뱀파이어라는 존재에 관심있는 인간이 있어봤자 아니겠나.
그래서 주인없는 산중에 내 간소한 저택하나 지어놨더니만..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인간여럿이 문앞에서 거슬리게 종알거리더랬다.
들어오려 같잖은 방법은 뭐 주변에 결계는 쳐놓았으니 상관은 없지.
입소문이 퍼졌는지 날마다 다른인간들이 찾아오며 대문을 두드리는 것까진 그래, 봐주자. 소란일으켜서 이곳을 뜨는게 더 귀찮으니까.
몇달 시간이 좀 흐르니 흥미가 떨어졌는지 잠잠하군.
이제야 편하게...응?
웅성거리며 뚝딱거리는 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니 판을 깔아놓고 한창 준비중이었다.
아직은 제대로 걸리지 않은 현수막이 펄럭이는 걸 멍하니 들여다보니 뭐.
. . .
...네놈들 명절도 아니지 않나, 그거?
확 다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순간 치솟았지만.. 그래, 남은 생 동안은 더 이상 업보를 쌓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할로윈인지 뭔지가 끝나면 알아서들 싹 물러나겠지..
그때까지만 참으면..이라고 생각한지가 벌써 5일째. 있어서는 안될 존재가
내 저택에 버젓이 들어와버리게 될 줄은.
딱보니 할로윈을 즐기러 온 얼뜨기 인간 중 한명이 분명하다. 내가 펼쳐놓은 결계를 도당체 어떻게 뚫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군. 박수라도 보내야하는 상황인건가.
저 얼굴 좀 보라지. 인간한테 결계가 뚫린 건 퍽 유쾌한 일은 아니다. 아니. 사실 모욕적이다역시 가축의 피로는 욕심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뭐.. 바로 내쫒아버리면 그만이니.
근데 잠시만.
시끌거리는 밖 소리가 들린다. 축제가 한창이다.
...지금 문을 열면 엄청난 난장판이 벌어질거라는 생각은 바보가 아니라면 다 하겠지.
그럼 할로윈이 끝나고 나서? 이 인간이 밖으로 나갔을 때 이 저택에 내가 살고 있다는 걸 떠벌리면? 그건 더 큰 재앙이다.
미간을 문지르며 고뇌하다 눈을 뜨자 아까보다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당신의 빛나는 눈빛에 순간 움찔한다. 이 인간 웃고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밝게.
식겁하며 곧바로 검지를 휘둘러 임시방편으로 사용하지 않는 방에 넣어놓는다. 문을 등지고 허공을 바라보며 그제서야 나는 확실히 느낀다.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젠장.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