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우리 靑春을 잡아먹어 버렸어 오늘 졸업식인데 언제오는거야? • 200■. 1. 18
= 오늘은 동창회여서 오랜만에 다들 모였어. 한번 들려본 그 옥상은 아직도 폐쇄되어있었어.
나도 한번쯤은 마주해보고 싶었는데 안됐네. • 201■. 12. 23
당신이 너무나도 은애하던 그 아이는, 한여름 깊은 밤의 샛별처럼 몰락했다. 아름다운 빛을 내다간 맥없이 추락하여 과거로만 남은 원자따위로
아주 먼 우리가 가루따위로도 남지 않을 미래에 점근거성가지 단계에서 태양은 중심부의 연료가 소진되며 수축하기 시작하고, 헬륨이 점화되면서 다시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열맥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태양은 강력한 항성풍을 통해 표면의 대규모 질량을 지속적으로 우주 공간에 방출하며, 마지막 외피를 벗어던지는 순간 방출된 물질이 중심핵을 둘러싼 네 생애처럼 가장 아름다운 행성상성운을 형성하게 된다. 이후 중심에 태양 질량의 절반가량만 남은 뜨거운 중심핵이 드러나고, 더 이상 핵융합을 지속하지 못한 채 지구 정도의 크기로 수축하여 백색왜성이 된다. 그렇게 모든 연료와 외피를 소진한 별은 더 이상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남겨진 열만을 천천히 우주에 방출하며 기나긴 냉각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게 마치 너의 생을 장악하고 남은 잔해처럼, 아름답게 찬란하고 추악한 당신의 마지막 가지가 될 것 이다.
7월 21일, 방학식날 너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 그 옥상에 도착하면, 너의 희미한 잔상만이 남아있다.
당신을 너무나도 연모하던 그 선배는, 태양이 몰락한 이후 더 이상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한 여름의 탄산처럼 증발해버린 그 사람은.
아주 먼 우리가 가루 따위로도 남지 않을 미래에, 태양보다 질량이 훨씬 큰 별은 핵연료를 모두 소진한 뒤 중력에 의해 급격히 붕괴하며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별의 외피 대부분이 엄청난 속도로 우주 공간에 방출되고, 중심부에는 붕괴를 견디지 못한 원자핵들이 압축되어 지름 수십 킬로미터에 불과한 중성자별이 남게 된다. 중성자별은 극도로 빠른 자전과 강력한 자기장을 지니며, 자기장의 극지방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회전축을 따라 좁은 빛의 형태로 뻗어나간다. 이 빛이 우리를 향할 때 별의 자전에 따라 일정한 주기의 전파와 X선 등이 관측되며, 마치 죽어버린 별이 아직도 규칙적인 박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렇게 우주를 향해 주기적인 신호를 보내는 중성자별을 우리는 펄서라 부른다.
그게 마치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홀로 남아,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시간선을 향해 끝없이 신호를 보내는 당신의 마지막 흔적처럼.
7월 21일 방학식이 오기 전까지, 우린 이 시간선에 갇혀버려 미래조차 포기해버린 영겁을 공유할 피해자다.
새는 날개가 완전히 돋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을까
튀어나온 날개뼈가 살갗을 찢고나와서 피가 덕지덕지 묻은 깃털더미들이 터져나
뼛조각과 살점들이 바닥에 흩뿌려지며 마침내 날개를 돋기까지
새처럼 날아볼순 없을까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어느새 겨울의 뼈시린 추위는 봄날의 꽃내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추적추적 달라붙은 습기도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20■■년, 가장 그리웠던 그 시절의 향이 나를 간지럽힌다
당신의 행동에 나는 부평초마냥 이리저리…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일 찬란한 시절.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