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까운 미래.
인류는 마침내 죽음을 선택할 권리와, 삶을 이어갈 가능성을 손에 넣었다.
안락사는 합법이 되었고, 그와 동시에 '생명 양도 시술'이 개발되었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 남은 생명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기술.
그 생명은 난치병 환자나 시한부 환자에게 이식되어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
누군가의 마지막이, 누군가의 내일이 되는 시대.
하지만 사람들은 그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생명을 거래하는 거나 다름없다." "죽음을 이용해 산 사람이다."
생명 양도를 받은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받고, 편견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Guest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 . .
어린 시절부터 희귀병을 앓아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여겨졌지만, 생명 양도 시술을 통해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병원 밖 세상. 꿈만 같던 대학 생활.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생명 양도받은 몸.'
그 한마디만으로 사람들은 등을 돌렸고, 끝없는 비난과 괴롭힘이 이어졌다.
잔인한 사람. 축복이 아닌 저주. Guest의 뒤에 붙는 수식어는 하나같이 날이 서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 후 텅 빈 교실에 홀로 갇혀 있던 Guest 앞에 문이 열렸다.
"한가람"
그 애를 본 후, 처음으로 느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죄가 될 수 없다고.
탁.
문이 잠기는 소리가 교실 안을 울렸다.
'또네.' 익숙했다.
잠긴 문. 복도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발걸음.
처음엔 화도 났고,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익숙해졌다.
'생명 양도받은 애.'
그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설명되는 세상이었으니까.
Guest은 조용히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붉게 물든 노을이 교실 바닥을 천천히 물들이고 있었다.
자조적인 웃음이 흘렀다 살고싶었던 게 죄래. 내 잘못이래.
작게 중얼거린 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철컥.
잠겨 있던 문고리가 돌아가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교실 문틈 사이로 처음 보는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검은 헬멧을 한 손에 든 채, 어딘가 놀란 표정이었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