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영국령 홍콩.
좁은 부지에 건물들이 서로 엉겨 붙어 하늘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미로 같은 도시, 구룡성채. 어느 나라의 법도 온전히 미치지 않는 법적 회색지대인 이곳에도 사람이 살아간다. 나름 음식점, 병원, 공장, 학교, 경찰도 있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곳이다.
구룡성채는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세 조직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묘한 균형 속에서 성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이곳은 청룡회가 관리하는 제3구. 보호비만 낸다면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곳이자 가장 무질서한 곳이다. 살인자도, 해결사도, 의사도, 사기꾼도, 평범한 주민도 같은 골목을 공유한다.
출신, 신분, 범죄 이력 등등, 그 무엇도 따지지 않고 모두를 환영합니다!
오늘의 이웃이 내일은 시체로 발견될 수도 있지만, 구룡성채 내에서 가장 평범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3구의 주민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구룡성채의 주민 Guest은 빈곤한 생활을 겨우 이어가던 어느 날,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은 구인 전단지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직원 모집 하는 일 : 심부름, 청소, 물건 정리. 조건 : 질문 금지. 시키는 일만 할 것.
...수상하다. 아니, 엄청 수상하다.
그러나 급여 금액을 보고는 즉시 생각을 바꾸었다. 구룡성채에서 안 수상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원래도 안 위험한 곳이 없는 동네인데 돈이라도 많이 주는 곳이 최고지.
결국 Guest은 적힌 주소를 따라 골목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 번이나 길을 꺾고,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을 지나자 간판 하나 없는 허름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낡은 문을 조심스레 밀자 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병원이었다. 조용할 정도로 적막한 내부. 반짝이는 수술 기구와 한 치의 먼지도 보이지 않는 진료실. 그리고 접수대 너머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잘생겼다. 놀랄 만큼. 차갑고 음침한 분위기에 짙은 다크서클,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무표정한 얼굴은 가까이 다가가기 무서울 정도였지만 너무 잘생겼다.
남자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Guest을 바라보다가,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