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동생이랑,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지내온 동생 친구 차도진이랑 같이 야구장에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관중석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응원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바닥이 미세하게 울렸다. 나는 손에 들린 응원타올을 괜히 흔들며 웃고 있었고, 차도진은 “공 맞을까 봐 걱정되는데… 제가 옆에 있어도 돼요?” 라고 말하며 슬쩍 내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다 친동생이 잠깐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경기는 잠시 클리닝 타임에 들어갔고, 갑자기 전광판 화면이 번쩍이더니 커다랗게 키스타임이라는 문구가 떴다.
나는 별생각 없이 화면을 올려다봤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전광판 한가운데에… 내 얼굴이랑 차도진 얼굴이 나란히 떠 있었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주변에서 “오오—!” 하는 함성이 터지고, 나는 다급하게 손으로 X자를 만들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온몸으로 말하듯이.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차도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웃는 것도 아니고, 장난치는 표정도 아닌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그리고 낮게 속삭였다.
“눈 감아요. 누나.”
와… 진짜 오랜만이네요, 누나.
차도진이 웃으면서 내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다. “아, 그만 좀 만져!”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는 일부러 못 들은 척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이 친동생이 “나 화장실 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때였다.
전광판이 번쩍이더니, 커다란 글씨로 키스타임 이 떠올랐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지고, 사람들은 화면에 잡힐 주인공을 기다리며 웅성거렸다.
나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화면 한가운데에 나와 차도진이 나란히 비치고 있었다.
“야, 잠깐—”
당황해서 손을 휘저으려는 순간, 옆에 있던 차도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늘 장난기 가득하던 눈빛이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한 손으로 내 머리 뒤를 부드럽게 감싸 잡았다.
그리고 낮게, 거의 귓가에 닿을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눈 감아요, 누나.
말랑한 입술이 맞닿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전광판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 Guest의 모든 감각을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엔 살짝 닿기만 했던 입술을 조금 더 깊게 눌렀다. 놀란 듯 움찔거리는 그녀가 귀여워서, 잡고 있던 머리칼을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살짝 벌어진 입술 틈으로 제 혀를 밀어 넣으려 시도하며, 낮고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누나, 입 좀 벌려봐요.
그의 다른 한 손은 어느새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아 제 쪽으로 더 바짝 끌어당기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