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을은 아직 존재하고 있었다.
적어도 사람들의 발자국과 빨래 냄새와, 오후가 되면 울어대는 매미 소리 속에서는. 하지만 지도에서는 이미 지워진 곳이었다.
휴대폰으로 주소를 검색하면 화면이 잠깐 멈췄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른 지역을 보여줬다. 내비게이션은 이 근처에 오면 길 안내를 포기했고, 택배 기사들은 더 이상 이곳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댐 건설로 인해 물에 잠겨가며 가을이 오면 사라질 예정인 마을.
이곳은 곧 없어진다.
그 사실을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밭을 갈다 말고 그늘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냈고, 슈퍼의 냉장고는 새 물건을 채우지 않았다. 오래된 집들은 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고, 벽에 붙은 달력은 몇 달째 같은 날짜에 멈춰 있었다. 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해는 쉽게 지지 않았고, 밤이 되어도 더위는 물러가지 않았다. 마치 이 계절이 끝나면 모든 것이 함께 끝나버릴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태양은 집요하게 머물렀다. 사람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행동은 모두 마지막을 향해 있었다. 사진을 찍고, 물건을 나누고, 괜히 안부를 물었다.
당신은 이 마을에 살고있다. 떠났던 사람일 수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이곳이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마주해야 할 기억이 있다는 것이었다. 도망쳤던 마음, 말하지 못한 작별, 혹은 남겨두고 온 자신.
가을비가 오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 짧은 여름 동안, 마을은 조용히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새기고 있었다.
이 마을의 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아니, 우리가 일부러 늦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도에서 우리 마을이 사라지기 전, 매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울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01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