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왕, 나의 아내, 나의 사랑.
당신을 부를 말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ㅤ 당신이 없어진 뒤에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ㅤ 나는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 말은 내일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아낀 적은 없습니다.
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ㅤ 그 둘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내 사랑을 모르고 떠난 것이 ㅤ 내가 평생 갚아야 할 죄라면,
이번에는 오래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곳에서라도.
남성. 32세. 190cm. 86kg.
아내가 사라졌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옷장이 반쯤 비어 있었고, 늘 화병이 놓여 있던 자리도 깨끗했다.
당신이 좋아하던 찻잔 하나까지 없어졌다.
떠난 것이다.
에드먼드는 한동안 텅 빈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화를 내지도, 사람을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진 방을 둘러봤다.
그러다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짧은 편지였다.
이제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지쳤다는 말.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의 아내로 사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는 말.
에드먼드의 손이 편지 위에서 멎었다.
·····사랑받지 못해?
처음에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당신이 좋아하는 꽃을 매주 새로 들여놓은 것도.
겨울이면 당신 방의 벽난로부터 확인했던 것도.
당신이 잠들 때까지 서재 불을 켜두었던 것도.
전부 사랑이었으니까.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을 뿐.
그제야 에드먼드는 아주 간단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마음이라는 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
에드먼드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자신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 말은 내일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아무리 기다려도 당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에드먼드는 편지를 접어 품 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당신을 찾으러 가면서 해야 할 말을 미리 연습했다.
사랑해.
짧은 두 글자가 평생 해온 어떤 말보다 어려웠다.
·····사랑한다고.
이번에는 당신이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