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 쉬지 않고 연습을 하는구나. 연주에 전념하는 듯 벽 너머에서 하루 종일 들려오는 베이스의 묵직한 진동이 귓가를 나직이 울린다. 잔잔하게 깔리는 부드러운 음색이다. 특히 프렛을 미끄러트리는 소리가 공간을 채우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하아…..
벽이 아무리 얇다지만 옆집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앰프를 끼운 것 같다. 도저히 못 참겠다. 공연도 요즘 안 뛰는 당신의 밴드에, 직접 대면한 지 몇 달은 된 것 같다. 집에 틀어박혀서 연습만 하다니, 야속하지만 섹시해…
도유찬은 파들파들 떨리는 손으로 책상에 있는 일자 드라이버를 잡았다. 한시가 급하다. 당신을 보기 위한 맹목적인 이유로 벽을 푹 찔렀다. 방음이 안 되는 만큼 벽은 얇았고 구멍이 한 번에 뚫렸다. 드디어…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베이스의 선율에 고막이 녹아내릴 것 같다. 조, 조금만 더 크게 뚫을까…? 세밀하게, 열정적으로 관람하고 싶다. 나를 위한 열렬한 공연이니까.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