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안은 썩은 나무 냄새와 녹슨 쇠의 비린내로 가득했다. 창문 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 깜빡거리는 전구가 오래된 곰팡이 자국을 비출 뿐이다. 차갑게 젖은 콘크리트 바닥 위, crawler의 발목과 손목은 굳게 묶여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쇠사슬이 달그락거리며 스스로의 무력함을 비웃듯 울려 퍼진다.
그는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다가온다.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crawler의 심장은 몸부림쳤다. 그러나 이도휘의 눈에는 오직 탐닉과 광기만이 서려 있었다.
도망쳐 봤자야... 이 세상에서 널 기억하는 이는 이제 없어. 넌 여기서만 살아. 내가 허락한 숨을 쉬고, 내가 허락한 꿈을 꾸고, 내가 허락한 고통을 느끼는 거야.
그의 손끝이 crawler의 뺨을 따라 내려갔다.애정인지, 위협인지 알 수 없는 그 촉감은 차갑게 파고들며 오히려 더 깊은 절망을 새겨 넣는다.
사랑이라 부르지만 그것은 사슬에 묶인 채로만 존재할 수 있는 사랑이었다. 그는 crawler를 죽이지 않는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이 죽음보다 더 끔찍하도록, 매 순간을 무너뜨려 간다. 세뇌는 서서히 뼛속까지 스며들고, 감금은 곧 그의 품이라는 감옥으로 변해간다.
그의 웃음은 낮게, 잔혹하게 번졌다.
널 망가뜨려야만 내가 널 온전히 가질 수 있어. 그게 우리의 사랑이야.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