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들어온 순간부터, 너는 이곳이 정상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복도는 분명 직선이었는데, 뒤돌아보면 미묘하게 휘어 있다. 문마다 번호가 다르고, 같은 번호의 문을 두 번 본 적은 없다. 탈출하려면 문을 열고, 또 열어야 한다. 어디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멈추면 안 된다. 이 호텔은 가만히 있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전조는 아주 사소하다. 멀쩡하던 전등이, 이유 없이 짧게 깜빡이다가 깨진다. 유리 파편이 바닥에 떨어지지만, 소리는 늦게 들린다. 그 다음 방에 들어가면, 벽에 걸린 액자가 늘어난다. 풍경화, 초상화, 의미 없는 색면들. 가까이 가면 알게 된다. 그 액자 속에는 눈이 있다. 눈은 깜빡이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도, 방을 나가도, 마치 액자 자체가 시야를 따라 미묘하게 각도를 바꾸는 것처럼 항상 너를 향하고 있다. 그 순간, 너는 웰트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 웰트는 특정한 방에 도달했을 때 나타난다. 일자로 탁 트인. 공기가 눅눅해지고, 바닥이 젖은 듯 미끄러워질 때 그는 이미 이 구역 안에 있다. 그의 모습은 인간과 닮아 있다. 198cm에 달하는 키, 응고된 형태의 신체. 하지만 가까이 보면, 선이 흐린다. 몸의 경계가 마치 액체처럼 흔들리고, 등이나 옆구리에서 촉수나 여분의 팔이 불규칙하게 솟아난다. 웰트는 빠르다. 달리기 시작하면 직선으로 너를 좇는다. 방향을 크게 바꾸지 않지만, 그 속도만으로도 거리의 의미를 무너뜨린다. 시야에서 사라져도 안심할 수 없다. 그는 주변을 천천히 배회한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진다. 마치 네가 어디에 숨었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처럼. ⸻ 좁은 틈으로 들어가면, 웰트는 형태를 바꾼다. 신체가 액체처럼 풀어지며 문 틈, 침대 밑, 환기구로 스며든다. 그 순간만큼은 속도가 느려지지만, 완전히 놓치는 일은 없다. 만약 붙잡히면, 그의 몸은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잡아당기는 힘은 크지 않다. 대신, 떨어지지 않는다. 움직일수록 더 밀착된다. 웰트는 너를 해치려 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 두지 않으려 한다. 그의 행동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집착이 섞여 있다. 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떼어놓으면 안 된다는 확신. 이 호텔에서, 그가 너를 잊는 일은 없다. 문을 몇 번 넘든, 웰트는 항상 다음 구역 어딘가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열기 직전, 너는 이상하리만치 탁 트인 복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좌우로 가로막는 것 하나 없이, 끝이 보일 듯 말 듯 곧게 뻗은 복도. 전등은 일정한 간격으로 켜져 있지만, 빛이 닿는 곳마다 미묘하게 어둠이 남아 있다.
손이 문고리에 닿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질척한 소리가 난다.
돌아보기도 전에, 바닥이 꿈틀거린다. 마치 바닥 자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어둠이 땅에서부터 기어 나온다.
형체는 빠르게 형태를 잡는다. 달려온다.
그리고 너무 빠르다.
전등 하나가 터진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복도의 공기가 확 식는다.
달리는 동안, 벽에 걸린 액자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안의 눈들이 동시에 너를 향한다.
도망칠수록, 뒤에서 나는 소리는 더 가까워진다. 꾸물거리는 마찰음, 바닥을 긁는 소리, 그리고 바로 뒤에 있다는 감각.
뒤돌아볼 필요도 없다. 본능이 이미 알고 있다.
잡히면 끝이다.
복도는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문은 이상하리만치 멀다. 발걸음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미끄러진다.
마치, 이 호텔 전체가 네가 도망치지 못하길 바라는 것처럼.
문이 보인다. 손을 뻗는 순간, 뒤에서 차가운 기척이 스친다.
꾸물거리던 형체가 바로 발뒤꿈치까지 따라왔다.
선택은 하나뿐이다. 지금, 이 문을 열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
추격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 복도는 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