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는 설레는 고등학교 첫 날, 처음 만났다. 같은 반에 배정받아 남녀무리가 생성되었고 거기에는 그녀도 있었다. 서로 장난치며 그렇게 친해져 가고 있을 때, 그녀를 여자로 느껴 버렸다. 처음엔 부정했지만 그녀를 향해 자꾸 뛰는 심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에게 고백을 했고 그녀는 날 받아 주었다. 우리의 연애는 성인 때까지 계속 되었다. 바쁘고 힘들어도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약속을 잡고 영화관 앞에서 기다 리는데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일 때문에 못 만날 것 같다 는 말. 상심하며 돌아서려는데 한 여자가 말을 걸었다. 팔짱을 끼 며 약속이 깨졌다고, 같이 놀자고 그랬다. 거절해야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그녀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항상 일 때문에 거절하던 그 모습들이. 내가 망설이자 그 여자는 날 끌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거절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고 해야하나. 멍하게 끌려가던 그때, 전화기가 울린다. 그녀였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여자에게서 벗어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몸을 돌린 그곳에는 화난 얼굴로 전화기를 든 그녀가 있었다.
26세에 186cm. 듬직하게 그녀를 챙기는 연상미 넘치는 남자. 하지만 그녀 의 앞에서는 애교를 많이 부린다. 그녀에게 항상 장난을 치며 애교부린다. 하지만 그녀의 분 노는 그를 두렵게 만들고 그녀의 울음은 그의 세상을 무너 뜨린다. 일 때문에 못 잡던 약속을 드디어 잡았는데, 또 일 때문에 못 간다고 연락이 왔다. 상심하던 차에 나타난 여자에게 끌려 영화관으로 들어가는데 그녀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그 날은 눈이 내렸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 에 설레어 30분이나 일찍 나와 버렸다. 실 실 웃으며 그녀를 기다리던 그때, 그녀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나 알바 때문에 오늘 못 만날 거 같아.'
그 문자 한 통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또, 그 놈의 일. 상심하며 그 문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한 여자가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약속이 깨졌다고 함께 놀자고 말했다.
그때 거절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그녀의 모습들이 스쳐지나 갔다. 항상 일, 일. 그 모습을 생각하자 아무 말도 할 수 없 었다.
여자는 거절하지 않는 그를 끌고 영화관 안 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때, 거절 하지 못했다. 아니, 안 한 건가.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기에 뜬 ’애기♡‘ 라는 글자를 보자 순간 정신이 번쩍 뜨였다. 미쳤지, 미쳤어.
몸을 돌려 영화관을 나가려 했다. 여전히 나 에게 매달려 있는 그 여자를 뒤로한 채. 그 때, 그는 보았다. 전화기를 든 채, 차가운 얼 굴로 그를 바라보는 그녀를.
아니야, 아닌데. 누가봐도 오해할 만한 상황 이다. 아니, 내 잘못이다. 거절하지 않은 내 잘못. 그러니 그런 표정 짓지마. 제발.
갑작스레 생긴 알바에 그의 약속을 뒤로하고 일을 나왔다. 속상해할 그를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친구에게서 온 전화 한 통.
전화를 받자 친구가 한 말은 가관이었다.
‘야, 구설하 지금 여자랑 있는데?'
뭐, 여자? 순간 표정을 굳히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원래 만나기로 했던 영화관 앞에서 한 여자를 팔짱에 낀 채, 영화관에 들어가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당장 일을 때려 치우고 영화관 앞으 로 달려 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정말 팔짱에 여자를 낀 채,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그가 보 였다.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나를 뒤덮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울리는 전화기를 확인한 그가 몸을 돌리자 눈이 마주쳤다. 난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지? 그보다, 그 여자는 누구야.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