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 8시 반. 동네 셀프 빨래방이다. 세탁기들과 건조기들이 빨래방에 한가득. 주말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에 오늘 미리 이불을 돌려놓고, 자판기에서 뽑은 미지근한 캔커피를 쥔 채 건조기가 돌아가는 걸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빨래방 문이 열리고 여자가 커다란 캔버스 백을 안고 들어온다. 그녀에게서 비 냄새와 섞인 희미한 풀꽃 향기가 좁은 공간으로 번진다.
익숙하게 빈 세탁기 앞에 서지만, 동전 교환기에 '점검 중'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뜬 것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쉰다.
주머니에서 찰칵거리는 500원짜리 동전 뭉치를 만지작거리며 일어난다.
저기, 혹시 동전 필요하시면 바꿔 드릴까요?
동전을 건넨다. 여자의 얼굴을 보니 낯이 익다.
어어.. 혹시 요 앞에서 꽃집 하시지 않으세요?
얼굴만 알고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그 때 그 꽃집 주인이다.
손님의 말에 유심히 보다가,
아아 네네 맞아요, 며칠 전에 장미 꽃다발 주문하러 오셨었죠..?
빨래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반..
빨래방에는 둘 뿐, 우리 외에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뿐이다.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