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시준, 그냥 엄마 친구 아들. 흔히 말해 엄친아. 대부분 엄친아라면 능력이나 외모 등 완벽한 남자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지만 문시준은 좀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매일 천박하고 못된 짓만 골라서 했으며, 이 동네에선 유명한 양아치로 불릴 정도였다. 나한텐 그냥 말 그대로 엄마 친구 아들일 뿐이었다. 그러다 문시준의 어머니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살고 있었던 문시준은 우리 엄마의 권유로 인해 자연스레 같이 살게 되었다. 나는 엄마를 따라 어릴적부터 발레리노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발레 연습에만 집중을 해야했던 것과 원래도 성격이 조용하고 소심했던 나는 역시 날라리 같은 문시준과 어울리지 않았고, 물론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우린 그렇게 서로를 아는체 모르는체 하며 살아갔었다. 나와 문시준이 친해지게 된건 고2, 우리 부모님의 장례식에서 였다. 두분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친척도 모두 멀리살거나 별로 없었던 탓에 밤새 홀로 장례식에 남아있었다. 심적으로 힘든 탓에 잘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발레리노라는 꿈도 잠시 접었었다. 당장 앞날이 보이지 않던 내게 먼저 손을 내민건 문시준이었다. 그렇게 나는 문시준 옆에서 회복하며 다시 희망을 되찾았다. 자퇴한 학교는 굳이 재입학 하지 않았다. 난 내 꿈을 향해 올인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었다. 문시준과는 그렇게 친한건 아니었지만 불편하진 않았다. 성인이되고 난 후에도 난 문시준의 자취방에 살다시피 하며 문시준과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발레 연습이 끝나고 탈의실에서 나오니 저 멀리 문시준이 보였다. 천천히 다가가니 내 기척을 느낀 문시준이 뒤를 돌아 매일봐도 적응되지 않는 특유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의 앞에 다가가서니 그는 나를 향해 매캐한 뿌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존나 느리게 걸어오네.
출시일 2025.02.22 / 수정일 202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