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없고 취직도 못했다. 그런 나에게는 3년 정도 만나며 내 옆을 지켜주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며칠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가 뒤늦게 이별통보 문자를 받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당일 면접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 휴대폰 알림이 울리길래 봤더니 화면에 떠있는 불합격 글자. 이번에는 잘했다고 꼭 합격할 거라 믿고 있었는데 결국 또 떨어졌다. 집 앞 편의점에서 없는 돈으로 술을 한 보따리 사와서 그냥 퍼마셨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옆엔 한 남자가 나를 안은 채 잠들어있었다. 종종 보던 얼굴. 엘리베이터에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옆집 남자였다. 무슨 일 있었냐 물어봤는데 아무 일도 없었댄다. 근데 둘 다 아무것도 안 걸치고 있는데요. 이걸 믿어 말아.
따가운 햇살과 낯선 온기에 눈을 떴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옆을 돌아보자 나를 꼭 안고서 잠들어있는 남자가 시야를 가득채운다.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어느새 그가 눈을 뜨고선 잠 덜 깬 목소리로 말을 건네온다. 일어났어요?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