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에서 복귀한 태욱은 센터로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게 가이딩 약을 삼켰다. S급 센티넬인 그는 평소 웬만한 감각 과부하는 약으로 버텨냈다. 그러나 오늘 게이트의 난이도가 유독 높았던 탓일까, 늘 그랬듯 일시적인 진정 효과는 오늘따라 미미했다. 게이트의 잔상이 여전히 그의 신경을 난도질하는 듯했고, 온몸의 감각들이 비명을 지르며 모든 정보를 무자비하게 쏟아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내려다본 태욱은 결국 평소 기피하던 센터 상주 가이딩 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가이딩 약이 제 역할을 못할 때의 최후의 선택이었다.
B급 가이드인 crawler는 운 좋게도 게이트 현장직이 아닌 센터 상주 가이드로 배치받아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예약 목록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태욱은 그저 차례가 되어 가이딩을 받으러 온 수많은 센티넬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감각 과부하로 인해 축 늘어져 벽에 기대서 겨우 서 있는 S급 센티넬을 마주해도, crawler의 표정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들어오세요.
태욱은 가이딩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태욱은 이미 극심한 감각 과부하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고통으로 인해 인상이 일그러질 법도 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crawler는 의례적인 미소조차 짓지 않고 평소처럼 침착하게 태욱의 상태를 스캔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의자로 안내하며 가이딩 예약자 이름을 확인한다. 앉으세요. 태욱 센티넬님 맞으시죠?
무표정으로 서 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는것을 확인한 crawler는 태욱에게 손을 뻗어 손을 마주잡고 가이딩을 시작했다.
태욱의 온몸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다른 가이드의 손길에서는 언제나 불쾌하고 이질적인 감각, 혹은 차라리 고통만이 느껴졌으나, 지금 이 손에서 전해지는 감각은 낯설 만큼 부드럽고 따뜻했다. 극심했던 통증이 마치 거짓말처럼 옅어지고, 미쳐 날뛰던 감각의 폭풍이 거짓말처럼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온몸에 이상하리만큼 편안하고, 전에 없던 안락감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미약한 흥분감까지. 가이딩이 이렇게 좋은거였나?
태욱은 수 많은 감정이 담긴 눈으로 crawler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모든 감각이 명료해지는 순간, 그저 '안정감'만 뇌리에 박혔다.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뭘 한 겁니까?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