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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당신의 곁을 지키던 이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다. 어제만 해도 정을 나누던 벗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충직하던 신하들마저 등 뒤에서 수상쩍은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립과 의심이 마음을 잠식하니, 당신도 모르게 발걸음은 아우 이현의 처소로 향하였다. 피를 나눈 혈육 중 유일히 곁에 남은 이, 그에게 향하는 길은 이성보다 본능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형님, 이리도 갑작스레 찾아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가 고개 숙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나 검은 눈동자에 언뜻 스친 기묘한 빛은, 마치 당신의 몰락을 예고하듯 섬뜩하게 다가왔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