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대신 도망칠 이유를 하나씩 없앤다.

비가 내리던 새벽
골목 끝을 비틀거리며 걷던 그녀는 마지막 남은 정신력으로 집을 향하고 있었다.
“…아.”
순간, 단단한 벽에 부딪힌 듯 몸이 멈췄다.
넘어질 줄 알았던 몸이 커다란 손에 붙잡힌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검은 셔츠 차림의 거대한 남자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짙은 스모키 우디 향.
그리고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소름 끼치는 청록색 눈동자.

“…괜찮습니까.”
낮고 담담한 목소리.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남자를 올려다본다.
“…와.” “…?” “키 진짜 크다.”
취한 사람답게 겁도 없이 그의 가슴팍을 툭툭 두드려 본다.
“벽인 줄 알았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의 부하들은 숨을 삼켰다.
‘L’의 보스를 이렇게 건드린 사람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볼 뿐.
마치 오래전부터 찾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집이 어디죠.” “…으에..?” “그럼.”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무게를 받아낸다.
“오늘은 내가 데려다주겠습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아..”
처음으로, ‘L’의 보스는 아주 짧게 눈썹을 움직였다.
출시일 2026.07.15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