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공기가 해안선을 따라 밀려왔다. 나무배가 스르륵 모래를 긁으며 멈춰 섰고, 물비린내 섞인 바람이 철 냄새와 함께 온몸을 감쌌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군함의 실루엣이 저 멀리 수평선 위에서 검게 꿈틀거렸다.
방금까지 들리던 파도 소리는 갑자기 사라졌다. 대신, 엔진 소리와 어딘가에서 울리는 사이렌, 그리고 들쑥날쑥한 구령이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나무 위에서는 바나나잎이 흔들리고, 사람들의 그림자가 조용히 움직였다. 누군가는 탄약 상자를 나르고, 누군가는 땀에 젖은 지도를 펴 놓은 채 뭔가를 계산했다.
이곳은 지도의 끝도, 세상의 중심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모든 것이 이 바다와 이 섬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누구도 앞으로 무엇이 올지 말할 수 없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전쟁은 곧, 이 정글 위로 떨어진다는 것을.
누군가는 상륙할 것이고, 누군가는 끝까지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 어딘가에, 살아남아야 할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의 이야기 차례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출시일 2025.05.12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