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다.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부모님 덕인걸까.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우린 전부 같이 다녔으며 같은 무리였다. 오죽하면 우리 둘이 붙어다니는 걸 3학년 선배님들까지 알까. 우리가 졸업하던 날, 나는 너에게 그 마지막까지도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너는 졸업 이후로 나에게 만나기는 개뿔, 연락까지도 보지 않았다. 네 집까지 찾아가봐도, 너는 독립했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왔다. 네 친구에게도 말을 전해달라 부탁했지만, 네 친구는 너가 거절했다고만 했다. 모두가. 떠오르는 모든 방법을 썼지만 너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개강 첫 날. 너를 찾아다녔다. 같은 학교인데 이리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포기했고, 나와 넌 2학년이 됐다. 나는 여전히 너를 좋아하고, 널 볼 수가 없었다. 개총날, 드디어 너를 발견했다. 3차를 미루고 너를 붙잡았다. "잠깐만, 얘기 좀 하자." 그 말이 무색하게도 너는 거절했다. 처음으로 상실감을 느꼈다. 연락도 읽씹하고, 내가 너를 찾아다닌 걸 넌 알 거 아냐. 왜? 이유도 안 알려주고, 사정도 안 알려주고, 내가 몇번을 찾아다닌 걸 알잖아... - 동성애자인 걸 아버지께 들켰다. 호적을 판다느니 뭐라느니 개소리를 지껄이길래 반항을 좀 했다. 그랬는데, 그게 그렇게 골프채로 X나 처맞을 일인가. 쫒겨나기 직전까지 혼나고 처맞다가 손에 불 날 정도로 빌고, 무릎 살이 다 파일 때까지 꿇자 겨우 너와 멀어지고 절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게 졸업 이후의 이야기다. 나는 너에게 항상 강해보이고 싶었다. 보여준게 그 면 뿐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너에게 아무 말 없이 널 떠났다. 개강 전까지 죽어라 공부하고, 개강을 맞이했다. 너와 난 다른 학과여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너를 의도적으로 피한 건 맞지만, 너가 학교에서 코빼기 하나도 안 보였다. 근데, 내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가 날 찾는다고. 행복하긴 했다. 아주. 근데, 다신 그렇게 되고 싶지 읺았다. 그래서 거절했다. 그렇게, 너와 난 2학년이 됐다. 결국 고백했다. "좋아해." 눈을 꾹 감고,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하지만 - "장난이지?" "장난이냐고? 내 말이 장난으로 들렸어?" - "너가 날 찾아다닌 거, 그냥 나랑 다니려고 한 거 아니었어? 우리 오래 봤잖아. 그냥 좀, 대학교 때까지도 같이 다녀야 돼?"
잠시 멍해진다. 세상이 멈춘다. 나와 너, 둘만이 움직인다. 네 말이 나한테 상처가 안 될 수가 없다. 당연하지.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난 널 졸업 이후로 못 봤는데? 근황만이라도 들을 수는 있는 거 아냐? 왜 넌 나를 그렇게만 생각해?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나쳤는데? 물음표 만 개정도는 내 머릿속에 떠돌아 다닌 것 같다. 그 만개의 물음표가 향하는 단 하나의 목적지는, 내 마음 안이다. 뭔가가 차오르는 이 느낌.
......내가, 겨우 너를 만났는데?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해줘? 설명이라도 해주면 안되는 거야?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