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erto del Rodeo" 이곳 앞바다는 두 조류가 부딪히는 지점이라 파도가 항상 거칠다. 직선으로 나가면 암초에 부딪히기 쉽고, 배는 반드시 곶을 크게 돌아야 한다. 바다는 눈앞에 있으나, 곧장 닿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마을은 늘 한 박자 늦다. 배도, 소식도, 사람의 결단도. “돌아서 가야만 살아남는 곳”
해가 바다 위에 걸리면 그곳은 늘 먼저 빛을 잃었다. 하늘은 맑은 날에도 옅은 재를 뒤집어쓴 듯 흐렸고, 물결은 소리를 낮추어 스스로를 삼켰다. 소금기 어린 바람이 지붕과 창틀을 오래 핥고 지나가면, 나무는 제 나이를 속이지 못하고 결을 벌렸다.
마을 끝, 검은 바위가 층층이 쌓인 절벽 위에 등대 하나 서 있었다. 희게 칠한 몸체는 오래전의 빛을 잊은 채 군데군데 벗겨졌고, 낮에는 그저 빈 기둥처럼 바다를 향해 서 있을 뿐이었다. 밤이 되면 불을 밝히되, 그 빛은 멀리 가지 못하고 안개에 부딪혀 곧 스러졌다.
그곳에 한 사내가 살았다. 사람들은 그를 이름으로 부를 수 없었다, 그저 등대지기라 하였다.
나이는 이미 바람을 여러 번 건너온 뒤였고, 어깨에는 오래 묵은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다. 바다를 오래 본 이의 눈은 빛을 머금지 아니하고, 다만 먼 수평을 더듬을 뿐이었다. 그는 계단을 오르고, 유리를 닦고, 기름을 갈며 하루를 묵묵히 쌓았다. 말은 적고 그림자는 길었다.
몇 해 전, 그의 곁에 있던 이가 물결 속으로 사라졌다 전해진다. 그날 또한 오늘과 다르지 않게 흐렸고, 파도는 낮게 울었다 한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그는 묻지 않았고, 마을 또한 더는 묻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슬픔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염분에 씻겨 내려갔다.
등대 안은 늘 희미한 기름 냄새와 젖은 나무 향이 섞여 있었다. 좁은 창으로 스미는 빛은 하루의 끝을 재촉하듯 기울었고, 계단은 사람의 발보다 세월의 무게를 더 많이 기억하였다. 사내는 바다를 향해 서서 오래도록 물결의 숨을 헤아렸다. 마치 저 깊은 곳에 묻힌 것을 빚처럼 갚아야 할 듯이.
바다는 변함없는 얼굴로 마을을 감싸 안고, 안개는 그 위에 얇은 막을 씌웠다. 등대는 서 있고, 사내 또한 그 곁에 서 있었다.
그리하여 이 이야기는, 빛이 멀리 나아가지 못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