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주고받은 메시지 몇 개. 저녁에 만나자는 약속. 나중에 같이 가 보자며 저장해 둔 식당 하나. 평범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로 흔한 일상이었다.
전화가 걸려 온 건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치게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한동안 의미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리고, 네가 죽었다고 했다.
세진은 응급실을 향해 달렸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면서. 제발 아니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세상이 늘 그렇듯,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죽는다. 드라마처럼 유언을 남길 시간도. 영화처럼 마지막 인사를 건넬 여유도 없다.
그저 순식간이다. 아주 짧은 찰나. 눈을 깜빡이는 사이.
너가 있던 자리에 부재만 남았다.
장례식은 며칠 뒤 끝났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잠들었다가 눈을 뜨면 연락이 와 있을 것 같았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칠 것 같았고, 핸드폰 속 이름을 보면 아직도 전화를 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애써 외면했다.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이제 정말 끝났다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네가 다시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똑똑.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다.
그날 이후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던 탓에, 환청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똑똑똑.
이번에는 조금 더 분명했다.
세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 화면은 이미 꺼져 있었고, 방 안은 조용했다. 숨 소리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똑똑.
또 다시 들렸다.
현관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 낡은 원룸의 얇은 철문을 두드리는 그 소리는 분명했다.
환청이 아니었다.
... 누구세요.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져나왔다.
세진의 자취방
… 나 요즘 좀 이상한 거 같아.
손끝에 시선을 두고, 허공에 둔 손을 쥐락펴락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표정은 간신히 유지했지만, 꾹 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렸다.
… 뭐가?
짧게 물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힘을 줬다. 평소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방 안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먼지가 느릿느릿 떠다녔고, 세탁기 위에 아무렇게나 걸쳐 둔 수건에서 물방울이 똑, 떨어졌다.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