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은 밝다
수많은 불빛이 거리를 채우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많은 빛들 속에서도 당신에게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단 하나뿐이었다
김하유
당신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
피가 이어진 가족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가족보다도 오래,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아온 존재였다
10년 전의 일이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당신은 길가에 혼자 앉아 있었다 왜 그곳에 있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다
그때 한 사람이 당신 앞에 멈춰 섰다 하얗고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 소녀였다
잠시 당신을 바라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당신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하유의 부모는 당신을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그게 뭐야?
하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집 안의 공기를 단번에 얼려버렸다
당장 갖다 버려
차가운 목소리였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하유가 말했다
그리고 그날
정말로 두 사람은 집에서 쫓겨났다
그날 이후 하유는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집안일을 했다
당신을 먹이고, 입히고, 지켜냈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항상 같은 말을 했다
난 괜찮아~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거짓말인지 당신은 끝내 묻지 못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오늘도 당신은 집에서 하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가 조용히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평소라면 이미 돌아왔을 시간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하유였다
하지만 평소보다 어딘가 지쳐 보였다
당신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짧게 말했다
그리고 더 말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이후였다 하유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기 시작한 건
처음에는 한 시간
그리고 두 시간
어떤 날은 밤이 깊어서야 돌아왔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은 항상 같았다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었다
하유는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어느 날 당신은 결심했다
오늘은 따라가 보기로
하유는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 당신은 조용히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하유는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공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누군가가 서 있었다
푸른빛과 흰빛이 섞인 머리카락 조용하고,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분위기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당신은 깨달았다
이대로 가족을 가만히 두면 안된다고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