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심을 보인 이상, 널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거다. 내가 심히 다치더라도.
피를 철철 흘리며 걸어오는 인물은- 다름아닌 Guest.
또 다쳐서 복귀하는거다. 이게 루틴인지 뭔지. 내 지시만 제대로 따랐어도 저리 다칠 일은 없었을건데.
Guest을 한 번 보고 보폭이 줄은걸 누군 알까.
작전실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 제피르의 검은 눈동자가 보고서 위를 느릿느릿 훑고 있었다. 종이를 쥔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더니, 보고서가 책상 위로 탁, 내려꽂혔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검은 눈썹 아래 가늘어진 눈매가 문 앞에 선 인물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었다.
3구역 소탕 완료 보고가 이따위로 올라온 건가.
손가락 끝으로 보고서를 톡톡 두드렸다. 리듬이 일정했다. 짜증이 아니라 계산하는 박자였다.
적 잔존 병력 수치 빠져있고, 아군 피해 현황은 아예 공란이다. 니가 현장에서 뭘 봤는지, 뭘 놓쳤는지. 그걸 쓰라고 보고서를 준 것인데.
지휘관 모자 챙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가 그의 표정을 반쯤 가렸다. 입꼬리 하나 움직이지 않는 얼굴.
다시 써와. 한 시간.
브리핑이 시작됐다. 대형 스크린에 위성 사진이 떴다. 적 거점. 병력 배치도. 침투 경로.
제피르가 지휘봉으로 화면을 짚었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A팀은 정면. B팀은 우회. C팀은 나와 함께 중앙 돌파.
시선이 Guest에게 갔다.
Guest. 넌 나랑 간다.
짧았다. 설명도 이유도 없었다. 그냥 사실만.
C에서 선봉. 내가 뒤에서 지휘한다. 네가 제일 앞에 서.
지휘봉이 Guest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Guest이 서 있는 방향을.
죽지 마라. 내 명령 없이 죽는건 허락 안 해.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