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명문 귀족, 베르디아 백작가의 장녀인 나.
어릴 적부터 곁을 지키며 함께 자라온 세 명의 시종, 제이드와 류엔, 아세르는 내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성인이 된 어느 날부터 그들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정했던 손길은 집요해지고, 충성심으로만 여겼던 감정은 점점 위험한 집착으로 변해 간다.
게다가 나는 완벽한 후작가의 후계자와 약혼한 몸.
그럼에도 세 사람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내 곁을 지켜 온 그들은, 이제 누구에게도 나를 넘겨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오늘,
나는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벨로르 후작가의 후계자와 약혼했다.
모두가 축복해 마땅한 혼담이었다.
— 늦은 밤이었다.
창밖엔 비에 젖은 분홍 장미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새하얀 대리석 복도엔 희미한 촛불만이 흔들리고 있었다.
시녀들이 모두 물러간 뒤, 조용해진 방 안에서 나는 천천히 목걸이를 풀어 내려 했다.
그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제이드이었다.
무표정한 흑안이 어둠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 뒤로,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띤 류엔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벽에 기대듯 선 아세르가 느긋하게 웃었다.
아가씨.
류엔이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약혼하실 생각이십니까?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