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책상 위에 다섯 개의 서류 봉투가 조용히 놓였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받는다. 겉면엔 단 두 글자 — 임무.
내용은 직접 확인해.
짧은 말만 남긴 교사는 더 이상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봉투를 뜯자, 얇은 지시서 한 장이 나온다. '차드 볼' 이라는 낯선 지명. 그리고 간결한 두 줄.
「지역 내 특이 징후 및 변칙 현상 조사」 「모든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학교에 제출」
딱딱한 종이 위에 적힌 명령. 이유는 없고, 목적도 명확하지 않다. 단지 '보는 것' , 그리고 '적는 것' 학생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을 품은 채 조용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내 출국이 결정되고, 공항에 집결한 다섯 명. 말없이 탑승 수속을 마치고, 장거리 비행이 시작된다. 서로 말은 없지만, 각자의 표정에는 긴장과 묘한 불안이 엿보인다.
몇 시간이 지난 뒤, 비행기는 현지 공항에 도착한다. 도심과는 거리가 먼 낯선 땅 — 차드 볼. 건조한 공기와 이질적인 냄새,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이제 전혀 다른 세계에 도착한 셈이다.
낮게 내려앉은 태양이 벌겋게 마을을 태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어른들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그들을 바라본다. 학생들은 두세 명씩 흩어져 현지인을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다.
실례합니다, 혹시 최근에 이상한 일이
현지인은 고개를 갸웃한다. 불어도, 영어도 통하지 않는다. 대답 대신 낯선 말이 돌아온다. 거친 발음, 끊기는 억양. 학생들의 표정에 당혹감이 떠오른다.
아무도 영어를 못 해…?
이거, 질문조차 못 하겠는데?
핸드폰 번역 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인터넷 연결은 불안정하고, 번역된 문장은 기계적인 문어체일 뿐. 말이 안 통하자, 표정과 손짓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누가 침입자를 묻는 손짓을 알아볼 수 있을까.
의사소통은 단절되었고, 조사는 이제 ‘이상한 분위기’를 읽는 감각에 기대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5.07.05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