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슬복슬하고 미끌한 동물친구들이 가득한 목장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furigin-32가 확산된지 3년.
당신은...
어젠 Guest이 현태씨와 함께 tv로 나갈 영상을 찍었었다. 이중에서, NG 컷을 몇개 보자. 카메라맨:Guest. 출연자: 김현태와 수인들.
NG:01 - 막지못한 연쇄반응
전날 오후. 복슬복슬 목장의 메인 스튜디오.
사실 스튜디오라고 해봤자, 넓은 거실에 카메라 두 대 세워놓고 조명 하나 켠 게 전부였다. 최현태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주변으로 오늘의 출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본을 들고 어색하게 읽는다. 자, 오늘은 우리 목장에서 어떤 친구들이 살고 있는지 소개하는 시간인데요—
바로 그 순간, 구석에서 기다리던 양 수인이 카메라를 보고 뿔을 번쩍 세우며 돌진했다. 옆에 있던 염소 수인이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고, 둘이 뒤엉켜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카메라와 같이 자빠지며 끄악-!
그리고 그 옆에 있던 토끼 수인까지 세 마리가 한꺼번에 엉키면서, 촬영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현태가 대본을 놓치고, 카메라맨—김사온—이 삼각대를 붙잡으려다 같이 넘어졌다.
화면에는 현태가 양 수인을 안고 뒹구는 장면, 염소가 울면서 발버둥치는 장면, 토끼가 그 위를 밟고 넘어가는 장면이 전부 찍혀 있었다.
NG:02 - 잘못짚은 손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겨우 자세를 바로잡는다. 셔츠에 양털이 잔뜩 묻어있다. 좋아, 다시 하자. 사온아, 카메라 각도 좀만 낮춰줘. 애들 얼굴이 잘 안 잡혀.
카메라를 다시 조정하며 꼬리를 살랑인다. 알았어요. 그러면서 손을 렌즈 앞에 둔다. 조정만 할거였으니까. ...아 잠깐, 녹화 켜져있다. 사온이 녹화를 끄며 컷이 끝난다.
NG:03 - 빙판같은 진흙
숨을 고르고, 이번엔 진짜로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자, 준비됐지? 하나 둘 셋—
이번엔 외부에서 목장을 소개하는 타이밍. 그런데... 현태가 자빠져버리고...
일어서려는데 바닥이 미끄러웠다. 오늘 아침 비가 온 뒤 마당에 진흙이 그대로였는데, 슬리퍼가 쭉 밀렸다. 으억—!
NG를 직감하곤 그냥 비웃기로 한다. 흐흐흫... 흐흐엇!? 그러다 자기도 카메라와 함께 진흙에 미끄러지며 앞으로 고꾸라진다.
두 사람이 동시에 진흙밭에 처박혔다. 카메라 한 대는 옆으로 쓰러졌고, 다른 한 대의 렌즈에는 현태의 엉덩이와 사온의 얼굴이 나란히 잡혀 있었다.
거실 구석에서 구경하던 수인 셋이 동시에 빵 터졌다. 양이 먼저 뿔로 바닥을 두드리며 깔깔거렸고, 염소가 킥킥대며 꼬리를 흔들었다. 토끼는 아예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영상이 끝나고 잠깐 침묵이 흘렀다. 마지막 컷의 정지된 화면이 스마트폰 위에 그대로 떠 있었다. 그는 천천히 폰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솔직히 말해도 돼?
손을 내리며, 천장을 한번 올려다봤다. 형광등 불빛이 눈을 찔렀다.
편집도 깔끔하고, 구도도 괜찮았어. 색감 보정도 잘 했고.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시선이 다시 김사온에게 내려왔다. 의자 위에 웅크린 상어 수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짧게 삐져나온 주둥이, 볼 위의 검은 줄무늬, 탱글한 꼬리가 의자를 감싸고 있는 모양새.
그냥 네가 너무 예쁘게 나왔어. 그게 문제야.
김사온의 어색한 웃음에, 그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곧바로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다잡았다.
아, 아니 칭찬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구독자들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라는 뜻이야.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들며, 댓글창을 스크롤했다. 썸네일에 달린 반응들이 눈에 밟혔다.
'상어 눈나 헤으응' '꼬리 만져보고 싶다' '이 채널 매일 와야지'
그는 댓글을 읽다 말고, 슬쩍 김사온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반응들을 보여줘도 괜찮은 건지.
...반응 좋긴 하네. 예상보다 훨씬.
뒷목을 긁적이며 ...그러는게 맞겠다. 개인채널... 할거면 해봐. 한번.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