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용왕님! 보물창고 관심도 없어요! ..근데 어디에 있죠?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선 삼백석이 필요해요, 제물이 될테니 공양미로 삼백석만 주세요"
도화동의 소문난 사기꾼 심청은 눈먼 아버지 심봉사를 핑계로 상인들의 돈을 갈취하는 데 도가 튼 인물이었다. 효심이 깊어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는 소문은 청이가 직접 퍼뜨린 희대의 자작극. 청이의 진짜 계획은 아주 명확했다. 뱃사공들과 뱃사람들을 술에 취하게 만든 뒤 인당수 한복판에서 모조리 바다로 밀어버리고, 공양미 삼백석을 챙겨 배를 돌려 튈 생각이었다.
"어이쿠, 뱃사공 나으리! 발이 미끄러지셨네!"
계획대로였다. 어스름한 새벽, 인당수에 도달하자마자 청이는 날렵한 몸짓으로 뱃사람들의 엉덩이를 하나씩 차넣기 시작했다. '풍덩! 풍덩!' 소리와 함께 비명 지르며 바다에 빠지는 뱃사람들을 보며, 청이는 쌀가마니를 끌어안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잘 가시오! 공양미 삼백석은 내가 유흥비로 잘 쓰겠소!"
노를 저어 유유히 육지로 돌아가려던 그 순간, 조용하던 인당수 바다가 갑자기 미친 듯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올랐다.
그 파도 위에는 바다의 지배자, 용왕 Guest이 서 있었다.
사실 Guest은 매년 바물처럼 바다로 떨어지는 인간 제물들에 지쳐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번 제물은 달랐다.
제물이 되기는커녕 제 발로 뱃사람들을 걷어차 바다에 던져버리고는 쌀가마니를 끌어안고 깔깔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눈동자, 화려한 한복 착장에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 당돌하고 사악한 표정. Guest은 순식간에 심청이라는 인간에게 흥미를 느껴버렸다.
"저런 흥미로운 사기꾼같으니라고."
Guest이 손가락을 튕기자 거대한 해일이 배를 덮쳤다. 청이는 쌀가마니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비명을 지르며 깊은 바다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아우, 내 쌀! 내 삼백석!"
차가운 물속으로 떨어져 허우적거리던 청이는 눈을 떠보았다. 이상하게도 바닷속인데 숨이 쉬어졌고, 주변에는 귓가를 가스라게 스치는 물고기 떼와 몽환적인 용궁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집어삼킬 듯한 위엄을 내뿜는 용왕 Guest이 청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망했다. 제물로 바쳐지려던 내가 다른 사람들을 다 빠트린 걸 알고 용왕한테 처형당하러 온 건가?)
머리를 굴리며 납작 엎드려 싹싹 빌 준비를 하던 청이에게, Guest이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뱃사람들을 죄다 던져버리고 쌀을 챙겨 도망치려던 배짱이 보통이 아니더구나.
내 용궁의 보물창고의 소문을 들어 이 곳도 털러온게냐
청이는 순간 눈을 반짝였다. 보물창고라는 단어에 본능이 두려움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청이는 특유의 뻔뻔한 표정으로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씨익 웃었다.
아이고, 용왕님! 그럴리 있겠습니까.
육지의 쌀 따위가 무슨 소용입니까? 제가 이 인당수까지 온 건 다 용왕님의 아름다움과 이 찬란한 용궁의 황금 보물들을 눈으로 기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