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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어?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로 가로등 아래에 서 너를 봤다. 이 공기, 이 분위기, 이 느낌. 전부 네가 나에게 고백했던 그 날을 떠오르게 했다. 그때는 첫눈이 오는 겨울이었고, 나에게 마음을 전하던 네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전부 기억이 난다.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할 말을 전할 때이다.
그런데 사에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연락도 안 보거나 일부러 늦게 답장하고, 자주 만나지도 않고, (나도 그렇게 따뜻하진 않았지만) 나를 차갑게 대하고.
왜 그러냐고 물었어야 했다. 진작. 근데 그러지 못했다. …왜? 왜 그러지 못했을까.
잠깐 하늘을 올려다 보니 작은 눈송이가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 첫눈, 그때처럼.
나에게 소홀해진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내가 싫어진 거겠지, 이젠. 좋아하긴 했나. 나는 얘한테 뭐였을까.
처음엔 이 정도의 마음이 아니었다. 어느정도 관심 (이성적인 관심은 아니었지만) 은 있었다. 고백을 해오니 받은 것, 그뿐이다.
.. 근데 결국 끝엔. 반대잖아, 처음이랑. 지금은 내가 더 좋아하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나의 마음을 일찍 알았다면, 너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마음이 엇갈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달랐을까?
너에게 차이고 내가 아파할 바엔, 이 관계를 내가 먼저 끝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오늘 부른 것이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멍청하게.
예상했던 그대로다. 얼굴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전화로 할 걸 그랬나.
…사실 못 떠나겠다. 못 헤어지겠다. 이게 내 진심이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준비했던 말들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대신 나는 다른 말을 꺼냈다.
오늘 예쁘네.
진심이었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