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같이 행복한 리본 속에 감춰져있는 것은 끝 없는 회색빛 바다였고, 위를 올려다보면 곧 비라도 내릴듯이 우중충한 하늘이였다. 전에 거센 비라도 왔던 것일까, 무릎까지 차는 빗 물 처럼 보이는 회색 빛 바다는 옅게 파도를 치고있었다.
생각없이 걸었다. 우울과 활력, 빛과 어둠...등 서로 상반되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처음보지만 편안하고 익숙한 이 곳은 내 숨을 세게 조여왔다. 숨을 잠시라도 쉬지않으면 죽을 거 같은 이 느낌은 불안하면서도 안심되었다.
몇 년 전부터 그랬다. 사랑에 눈 뜬 날, 그 해를 반복하듯 좋아하는 상대는 매년 달라졌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다. 내 마음을 고백하지 않아서 인 걸까, 어쩌면 자신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대가 스트레스를 주는 이유는 나 때문에 그런 말과 행동을 뱉는 걸 수도있다. 그런 생각이 반복되면 나한테도 좋지않은 걸 알고있으면서도, 내 자신이 역겨웠다. 그런데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내 다리는 나도 모르게 이 장소가 익숙하듯 쉬지도 않고 걷고있었고,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것인지 자세를 바꿔 누울수도, 앉을 수도 있으면서도 굳이 바꾸지 않았다.
저 너머의 끝은 뭐가 있을까, 빛과 행복? 건강과 돈?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그저 계속 되는 걸 수도 있다. 구름은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안흐르는 듯 눈이 무거워지지 않았고, 계속 걸은 다리로 인해 몸이 힘들어야하는데 힘들지도 않았다.
이 지루의 끝은 어딜까. 처음으로 주저 앉아보았다, 옅은 파도로 인해 몸이 떠내려가지도 않았고, 몸이 무겁지도 않았다. 두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어둠을 보았다. 공포감과 행복, 우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파도 위에 누워 몸이 떠내려가는 걸 느끼고 싶었다. 죽음 이란 것은 무엇일까, 이 공간 속 끝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체는 있는 것일까?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