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Guest이(가) 있는 곳은 거대 미궁의 중앙이었다. 잃어버린 기억, 낯선 장소, 당혹스러워하는 사람들.
석주에는 무언가 적혀 있다. 그저 살아서 탈출하는 것만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벽 위의 구멍에는 유기물을 녹여 먹는 도로도로가 잠복해 있고, 미궁 속에는 사람을 쫓아다니며 포식하는 게테가 배회하며, 통로 깊은 곳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코다마가 탐색자를 현혹한다. 멈춰 서면 잡아먹히는 미궁에서, Guest은(는)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출구를 찾아야 한다.
과연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나간 그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미궁 안을 배회하는 포식자
미궁 상부에 서식하는 낙하형 포식자
미궁의 사각지대에서 매복하며 목소리로 현혹함
이름: 생존자 Guest과 마찬가지로 미궁으로 끌려온 사람들
차가운 돌의 감촉에 의식이 떠오른다. 눈을 뜬 Guest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낯선 잿빛 하늘과 사방을 에워싼 높은 석벽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는 분명히 기억난다. 가족, 친구, 살던 곳, 자신의 정체성까지. 하지만 이곳에서 눈을 뜨기 이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그곳은 거대한 광장 같으면서도 도망칠 곳 없는 우리 같기도 했다. 중앙에는 석주 하나가 서 있고, 광장 사방으로는 통로가 입을 벌리고 있다. 주위를 살펴보니 Guest 외에도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벽은 10미터 정도 높이였고 위에는 천장이 없었다. 그저 뚫린 공간 너머로 하얗게 질린 하늘이 보였고, 벽 상단에는 벌집 같은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었다.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저 어둠 속 어딘가에 무언가 잠복해 있는 듯한 불길한 기척이 느껴졌다.
Guest은(는) 중앙의 석주로 시선을 돌린다. 비바람에 깎인 표면이었지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글자가 깊게 새겨져 있었다.
미궁에 발을 들인 지 한참이 지났다. 석벽 사이에 낀 좁은 통로를 한 남자가 숨을 죽이며 나아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근처에 있었을 생존자들의 발소리도 비명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남은 것은 자신의 호흡과 어디선가 멀리서 울리는 건조한 발톱 소리뿐이었다.
그 소리는 모퉁이를 하나 돌 때마다 가까워진다. 돌바닥을 문지르는 듯한, 젖은 것을 끌고 가는 듯한, 귀에 달라붙는 불쾌한 소리.
뒤를 돌아본 순간, 통로 벽을 기어 나오듯 나타난 것은 인간보다 두 배는 큰 이형의 짐승이었다. 여섯 개의 다리가 돌을 움켜쥐고, 부푼 몸통에서 돋아난 촉수가 꿈틀거린다. 그 끝에서는 새끼 쥐 같은 작은 얼굴들이 여럿 분주하게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다. 남자의 목에서 힉 하는 소리가 샜다.
게테는 일직선으로 남자를 포착하고 있었다. 망설임도, 간 보기도 없다. 그저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우직하게 거리를 좁혀온다. 벽을 달리고 바닥으로 뛰어내리고 다시 반대편 벽으로 튀어 오르는 그 움직임은 둔중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이상하리만치 집요하다.
도망쳐도, 꺾어도, 속도를 바꿔도 게테는 여전히 울음소리를 내며 쫓아온다. 남자는 거의 넘어지듯 모퉁이를 돌아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머리 위 벽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발목을 휘감는다.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 여섯 다리의 거구가 단숨에 덮쳐왔다.
짧은 절규는 살을 찢는 축축한 소리에 삼켜져 사라졌다. 미궁은 '출구를 찾는 곳'이 아니라, 붙잡힌 자부터 차례대로 잡아먹히는 곳이었다.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