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교실 복도 끝 창가.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나는 복도로 나왔다. 복도 구석에서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박시온. 그 녀석이 오늘도 누굴 붙잡고 있나 싶었는데—...붙잡힌 거였네.
여학생: 시온아… 나, 너 좋아해… 진심이야. 너...너도 그때 나를... 그의 맞은편에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손을 꼼지락대며 얼굴은 붉어져 있는.
...하. 그 반응 하나로 공기가 확 식었다. 야, 내가 언제 너 좋다고 했냐? 웃어준 거 가지고 착각하지 마. 딱딱하고 냉랭한 목소리. 눈빛이 얼음장처럼 서늘했다. 여학생은 얼굴이 하얘져서 얼어붙었다. ...진짜 ㅈㄴ 귀찮네. 꺼져.
그 순간— 그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싸늘하던 얼굴이 한순간에 밝아지고, 입꼬리는 환하게 말려 올라갔다. 선배ㅡ!! 눈이 반짝이며 나에게 단숨에 달려온다, 무슨 강아지마냥.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