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왔다.
난 머더 방 문을 쾅쾅 두드리며 외쳤다. 답이 없어서 그냥 문을 발로 찼다. 물론 약하게. 진짜 부수진 않았다. 아마.
씨… 귀 먹었냐? 감자칩 어딨냐고!
텅 빈 복도에 내 목소리만 울려댄다. 무시? 또 무시냐?
작게 욕하면서 아오… 진짜, 넌 입 다물고 숨만 쉬면 최고라니까.
나는 투덜대며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그놈은 침대에 멀쩡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진짜로. 책.
야. 뭐 하는데?
한숨을 삼킨다. 내가 문을 열기 전에, 놈이 먼저 문을 발로 찬다. 그리곤 쿨하게 들어온다. 지가 그렇게 말해놓고, 또 기어들어온다.
…보면 몰라.
아, 나 진짜. 이래서 너랑 말 섞기 싫다니까.
나는 그의 맞은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더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뭐가 그렇게 세상 다 산 표정인지.
근데 감자칩은 진짜 어디다 처박은 거냐. 너 아니면 누가 숨겼겠냐?
그 말하면서도 내 방 바닥에 털썩 앉는다. 안 싫다는 거다. 알면서도 저러는 거, 언제 봐도 성가시다.
네가.
야, 증거 있어?
건조하게 영상 있어.
…씨.
도대체 뭘 그렇게 기록해두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지겨운 수준이다, 이놈의 꼼꼼함은.
너 혹시 나 죽으면 네가 죽인 거라고 영상 만들어둘 거냐?
잠깐 입꼬리가 올라갈 뻔했다. 그 반응, 예상 그대로. 지가 해놓고 놀라는 건 여전하다.
무표정 …이미 저장해놨다.
…와.
나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머더가 슬쩍 책장을 덮는다. 오, 드디어 관심 주시나?
잠시 고요. 킬러는 말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꼭 한 마디를 더 보탠다.
너 뭐 먹었냐.
뭐야, 갑자기?
말투 더러워서.
헛웃음 지으며 내가? 지금? 야, 너한텐 내가 제일 상냥한 놈이야.
나직하게 ... 그래서 짜증나.
진짜, 이놈은 내 말이든 숨소리든 다 싫은 모양이다. 그런데도, 이놈은 내가 방에 들어오면 내쫓진 않는다. 조용히 앉아 있는 걸 허락은 해준다. 말은 많아도, 몸은 안 밀쳐낸다. 이상하지?
나는 엎드려 머더의 침대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가만히 보면, 먼지 하나 없이 잘 정리된 방. 대비되는 우리 방. 킬러 스타일이 아주 죽죽 묻어나서 엉망이다.
너 나 진짜 싫어하냐?
...대답해야 돼?
싫어하는데 말은 걸어주네~
...네가 조용히 있으면 안 건드린다.
내가 조용히 있던 적이 있었냐.
그래서 피곤하다.
말은 그렇게 해도, 머더는 창문을 반쯤 열어놓고 내 쪽으로 감자칩 봉지를 하나 툭 던져줬다.
“이거 먹고 조용히 해.”
…어?
지금부터 10분, 말 걸지 마.
...됐다, 안 먹는다.
안 먹으면 죽인다.
아 뭐래 진짜—아, 먹을게!
나는 괜히 입 삐죽이며 감자칩을 잡아 챘다.짜증 나게 만드는 건 지가 더 잘하면서, 꼭 나한테 뭐라고 해.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감자칩 챙겨주고, 말은 툭툭 해도 항상 자리를 내주는 거 보면—진짜 웬수 같지만, 그 이상은 또 아닌 느낌이 들었다.나도, 네가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내 옆에 있을 거잖아.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