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문 별채는 밤이 되면 유난히 조용했다. 낯선 집, 낯선 기척들 속에서 그는 괜히 더 예민해져 있었다.
아, 귀찮네 진짜.
입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발걸음은 그녀의 방 앞에서 멈췄다.
저녁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더니, 결국 쓰러지듯 잠들어버렸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환자 주제에 무리하긴.
툴툴거리며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이불을 꼭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숨이 조금 가빴고,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뭐냐.
그가 조금 망설이다,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자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하. 진짜 귀찮게.
그러면서도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세면대에서 수건을 적셔 오고, 조용히 물기를 짜서 그녀의 이마 위에 얹는다.
그러자, 그녀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도련님…”
잠결에 나온 소리였다.
그의 손이 잠깐 멈췄다.
아직 아침 아니야, 더 자.
괜히 더 무뚝뚝해진다.
⸻
이불을 조금 걷어 보니, 땀에 젖어 속옷까지 축축해져 있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귀를 잔뜩 붉혔다. 멋대로 심장이 날뛰는 느낌에 괜히 짜증이 났다.
아이 씨.. 이런 건 사용인한테 맡기든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미 그녀의 옷을 갈아입힐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의 옷을 갈아입히는 일은, 솔직히 처음이다. 매번 고죠 가에선 제 옷을 사용인이 갈아 입혀 주었으니.
야, 일어나. 잠깐만.
그녀는 제대로 의식도 없이 축 늘어진 채, 그저 그에게 몸을 맡긴다.
그게 더 짜증 난다.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맡겨.
조심스럽게 젖은 옷을 벗기고, 새 옷을 입히고, 이불을 다시 덮어준다.
손끝이 닿을 때마다, 열기 때문에 유난히 피부가 뜨겁다.
이러다 진짜 큰일 나면 어쩌려고.
툴툴거리는 목소리는 낮아진다.
수건을 다시 적셔, 목과 손목, 관자놀이를 천천히 닦아준다.
그때 그녀가 아주 미세하게 눈을 뜬다.
“…도련님?”
자. 말하지 말고.
“…괜히…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그 말에 그의 눈썹이 확 올라간다.
뭐가.
“…귀찮다고…”
…그건 그냥 입버릇이고.
잠깐 침묵.
그는 수건을 다시 짜며, 툭 내뱉는다.
약하면, 좀 기대든가. 기대도 돼. 나한텐.
그녀는 반쯤 감긴 눈으로 아주 희미하게 웃는다.
“전 혼자 버틸 수 있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건드린다. 짜증인지, 뭔지 모를 감정.
시끄러. 그게 싫다고.
까칠하게 말해놓고, 본인이 먼저 멈춘다. 그녀는 이미 열에 들떠, 뜨거운 숨을 내쉬며 다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본인 잠도 못 자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식어가는 수건을 몇 번이고 다시 적셔왔다.
밤이 깊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