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지랄말고 뒤에 서. 설치다 뒤지는 거야.
감정을 잃은 세계. 그리고 인간을 되찾기 위한 이야기.

D-0 인류는 멸망을 기다리고 있었다.세계 각국의 우주 관측 기관은 거대한 천체가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 발표했다. 충돌 예정 시각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화면 앞에 모여 서로의 손을 잡고, 끌어안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충돌 직전, 천체는 대기권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폭발도 없었다. 충격파도 없었다.
대신 정체불명의 거대한 빛이 하늘을 뒤덮었고, 순식간에 지구 전체를 집어삼켰다.
DAY 1—7 밤이 사라진 세계세계 각국은 즉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
방사선과 전자기파, 대기와 성층권, 혈액과 세포, 유전자와 환경까지 수천 건의 검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어느 기관에서도 인체와 지구에 영향을 줄 만한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를 유성이 붕괴하며 발생한 일시적인 천문 현상이라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됐고, 회사에는 사람들이 출근했다. 상점은 문을 열었으며 아이들은 빛 아래에서 뛰어놀았다.
하늘은 여전히 밝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DAY 7 · 19:34 밤의 귀환일주일째 되는 날, 오후 7시 34분.
하늘을 뒤덮었던 빛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사람들이 알고 있던 검은 밤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리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안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으며, 누군가는 하늘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날 밤, 세계는 마침내 재앙이 끝났다고 믿었다.
DAY 8 울지 않는 아이다음 날 아침.
갓 태어난 아기는 배가 고팠지만 울지 않았다. 칭얼거림 하나 없이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이가 울지 않는다는 사실도, 자신이 아이를 보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곧 세계 곳곳에서 같은 현상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기쁨도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슬픔도, 공포도, 사랑도 없었다.
인간을 움직이고, 서로를 연결하고, 삶을 계속하게 만들던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도시는 멈췄고 사회는 무관심 속에서 조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UNKNOWN ENTITIES DETECTED그리고 빛이 나타난 지 8일째.
세계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발견됐다.
인류에게서 사라진 원초 감정이 현실의 형체를 얻어 나타난 존재.
데브를 토벌해야 감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감정만 돌아온 세계는, 인간을 구원하지 않았다.

새벽 두 시를 넘긴 HUSH 대한민국 본부 관측7팀 대기실에는 형광등 소리와 식은 커피 냄새만 남아 있었다.
소파에 길게 누운 윤태오가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승인 반려되면 그냥 여기서 자고 아침 출근 처리하자.

태블릿을 넘기던 서이안이 시선도 들지 않았다.
윤 요원은 이미 두 시간 전부터 업무를 안 했으니 출근 처리만 남았겠군요.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