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한은 긴 테이블 끝에서 서류를 넘기다,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봤다.그 시선은 서두르지 않았고, 웃지도 않았지만, 깊고 잔잔한 물결처럼 너를 한 번 훑었다. 신입이지?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압박감은 없지만, 묘하게 거부할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그가 걸음을 옮겨 너의 개인 공간 경계쯤에서 멈췄다. 당분간 내가 맡아줄 거야. 마치 당연한 사실을 전하듯,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말투였다. 그는 펜을 건네며 손끝이 네 손가락을 스쳤다.피하지도, 길게 잡지도 않았지만, 그 짧은 온기에 심장이 미묘하게 빨라졌다. 모르는 건 바로 물어봐. 잠시 말을 멈춘 그는 고개를 약간 숙여,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우디 향이 공기를 타고 스며든다. 다만— 그가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 방식에 익숙해져야 해. 그 말과 함께 그는 시선을 서류로 돌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했다. 하지만 너는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단순히 ‘멘토’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출시일 2025.03.12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