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사귀었다. 권태기가 찾아왔어도, 너는 끝까지 다정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더 이상 나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사이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만 같았다. 말과 행동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너의 시선 끝에는 더 이상 내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익숙했을 뿐, 예전처럼 애틋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너와의 마지막 데이트였다. 식사를 하면서, 헤어지자는 말을 꺼낼 생각이었다. 마지막이니까, 네가 좋아하던 돈가스를 먹으러 왔다. 넌 늘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 없이 내 접시를 가져가 돈가스를 잘라주려 했다.
"오늘은 내가 자를게."
칼을 쥔 손끝이 조금 떨렸다. 이제는, 너 없이도 잘 살아야 하니까.
분위기가 어색했다. 늘 내가 잘라줬었는데. 왜 거부하는건지. 너가 하고 싶은 말이 짐작이 되서 더 씁쓸했다. 침묵 속에서 나이프로 돈가스를 자르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분위기가 너무 침울해서 애써 웃으며 말했다. 나 이제 혼자서도 잘해 ㅎ 시집가도 됨 ㅎㅎ
가만히 널 한 번 쳐다보다가 씩 웃었다. 그래 시집가도 되겠다.
근데 너가 그런 거 하지 말고 그 남자 시켜.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