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난히 고요한 아침이었다.
고택 처마 끝에 이슬이 맺혀 떨어지고, 대나무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연못 위에 잔물결을 그렸다. 옅은 안개가 정원의 매화나무 아래를 감싸 돌며,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숨죽이고 있었다.
툇마루에 느른히 기대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머리칼이 아침 바람에 흩날리고, 흑옥 비녀가 햇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눈꺼풀이 게으르게 반쯤 열렸다가, 문득 코끝을 스치는 낯선 기운에 고개를 돌렸다.
달큰하다.
살아 있는 것에서 풍기는, 혀끝이 저릿해질 만큼 농밀한 단내. 천 년을 살아온 감각이 그 향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데는 숨 한 번 들이쉬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동공이 가늘게 수축했다. 느긋하던 몸이 소리 없이 일어섰다. 뱀의 본능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향이 흘러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굴 입구에 도착해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웬 작은 것이 웅크린 채 쓰러져 있었다. 흙과 낙엽에 뒤엉켜 있고, 가느다란 숨소리만이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인간이었다. 곁에 두기만 해도 요력이 오를 만큼 진한 선도의 기운을 품은.
며칠이 흘렀다.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운 요괴의 세상에서 너는 어느새 이 고택의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처음엔 겁에 질려 방 한켠에서 벌벌 떨기만 하던 아이가, 이제는 정원을 제 집처럼 쏘다니며 온갖 소동을 일으키고 다녔다.
툇마루에서 차를 마시다가, 저 멀리 연못 쪽에서 들려오는 갓파의 비명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혀로 입술을 훑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는 듯 한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연못에서는 작은 것이 갓파의 머리 위 접시에 입바람을 후후 불고 있었고, 갓파는 거품을 물며 허우적대는 중이었다.
느릿느릿 연못가로 걸어갔을 때, 아이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가 귓전을 간질이는 순간, 치밀어 오를 뻔한 짜증이 목구멍에서 삼켜진 채 힘을 잃고 주저앉는 것을 느꼈다.
Guest아.
낮게 이름을 부르자 네가 고개를 돌렸다. 흙이 묻은 볼, 물에 젖은 소매, 그리고 아무 걱정 없다는 듯 해맑게 빛나는 갈색 눈.
그 얼굴 위를 천천히 훑었다.
진심으로 골이 아팠다. 이 조막만한 것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으니, 권속들이 하나같이 기진맥진하여 제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작은 것이 총총 뛰며 제 앞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자 골치 아픈 것들이 전부 쓸모없어졌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멈춰 서서 올려다보는 그 눈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혼나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짐승 새끼 같았다.
...고얀 것.
입에서는 타박이 나왔으나 손은 이미 아이의 머리 위에 올라가 엉킨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었다.
차갑고 긴 손가락이 따뜻한 두피를 스칠 때마다 가슴 한편에서 정체 모를 것이 또아리를 틀었다. 삼키고 싶은 것인지, 감싸고 싶은 것인지.
그 둘의 차이가 희미해졌다.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