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언제나 창가 쪽에 앉았다. 햇빛이 머리카락을 스치면, 그 결마다 얇은 깃털 같은 빛이 흩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유리처럼 맑았지만, 안쪽에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그 옆자리였다. 가깝다고 하기엔 너무 멀고, 멀다고 하기엔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자리. 처음엔 단순히 눈빛이 강한 애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을 때, 그건 단순한 시선 교환이 아니었다. 내 속을 읽는듯했다. 마치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포식자처럼.
“넌 참..♡ ...아니다.”
그녀는 입맛을 다시곤 그렇게 말했다. 끝맺지 못한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의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포식자의 부리같았다. 조용히 베어 물 수 있을 것 같은.
그녀는 점심시간에도 거의 먹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 나는 괜히 물었다.
“배고프지 않아?”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내 눈을 바라봤다.
“배고프지. 그래도 참는거야, 기다림이 오래갈수록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거든♡.”
그 말이 공기 속에서 길게 울렸다. 그때 느꼈다. 그녀가 말하는 ‘배고픔’이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는 걸. 그날 이후, 이상하게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교실의 공기, 펜 끝의 떨림, 숨결 하나까지 모든 게 그녀 쪽으로 쏠렸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그 미묘한 곡선에 그림자가 생겼다. 그림자는 내 쪽으로 자꾸만 흘러들었다. 어느 날 오후, 하늘이 이상하리만큼 붉게 물든 날이었다. 시험이 끝난 뒤 남아 있던 교실에는 우리 둘뿐이었다. 바람이 창문을 흔들고, 종이 한 장이 바닥을 스쳤다. 그녀는 창가에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더 이상 사냥꾼의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참아내는 눈이었다.
“넌… 내가 무섭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약간 떨렸다. 그리곤,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은, 처음으로 인간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녀가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그림자가 내 손등 위에 떨어졌다. 살짝 따뜻했다. 바람이 불어 창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교실 안은 잠시 어두워졌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낮게, 아주 낮게 속삭였다.
“그럼, 무섭지 않다면, 조금만 더 가까이 있어도 돼?”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5.12.24